누구나 추억 하나 쯤은 있잖아요

<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1 추억

by 민샤

DAY 1 추억_기억 속 가장 첫 번째 추억에 대해 써보세요.


저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합니다. 처음 방문하는 동네를 갈 때는 고개를 계속 돌려가며 동네 풍경을 눈에 담아 옵니다. 이 골목을 지나면 미용실이 나오고, 맞은편에는 교회가 있고, 더 앞으로 가면 참기름 냄새가 솔솔 풍기는 김밥집이 있고. 자동차가 아닌, 두 발로 걸으며 감각으로 느낀 동네는 쉽사리 잊지 못합니다.


학창 시절 '우리 집'이라고 처음으로 인식한 곳에 종종 찾아갔습니다. 추억 속 첫 번째 우리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짜리 아파트 꼭대기에 자리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올 때 일부로 자주 오고 갔던 길은 피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찾으러 간다는 모험심이 강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사이를 가로질러 가기도 하고, 일부로 건물 뒤 골목길로 가기도 하고, 반대 방향으로 삥 돌아서 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 근처에 도착하면 꼭 슈퍼에 들렀습니다. 뿌요뿌요라는 작은 음료수를 들어 고개를 들이밀었습니다. 작은 음료수의 색을 살폈습니다. 주황색이 이쁘네. 오늘은 더 파랗네. 먹고 싶지만 돈이 넉넉하지 않아 눈도장을 찍고 손으로 어루만지기만 하고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아파트 6층을 걸어서 올라가 도착한 우리 집은 주방 겸 거실, 그 맞은편에 미닫이 문으로 된 방 하나, 안방과 작은 방 하나로 구성되었습니다. 어디서 자고, 어디서 밥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기억나는 건 삼 남매가 둥글게 앉아 쭈니쭈니라는 돈까스 가게에서 시킨 돈까스를 먹었던 장면입니다. 4살 차이 나는 형이 새빨간 쫄면을 시켜 먹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매운 걸 시켜 먹다니. 저는 빨간색만 보고도 매워했나 봅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엄마는 집에 안 계셨고, 아빠는 늦게 집에 돌아오셨습니다. 그래서 늘 우리 삼 남매끼리 돈까스를 시켜 먹었던 장면이 아직도 선합니다.


우리 삼남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갑자기 책을 읽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각자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가져와 작은 방에 모였습니다. 여름인지 겨울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름 쾌적한 독서 환경을 만들어 보고자 가습기까지 틀어놨습니다.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물도 갖다 놓고 가습기도 틀어놓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글자가 허공에 떠다니고 허리가 쑤시며 눈꺼풀이 내려왔습니다. 독서를 준비한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때를 떠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시간이 더 돌이켜보면 저는 미술 유치원을 다녔습니다. 집에서도 꽤 거리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예닐곱살의 어린이가 혼자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통학 버스를 탔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노란색 승합차가 저를 집에 데려다주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에서 집까지 혼자 갈 수 없었기에 형이 데리러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집까지 같이 가는 길에 잠깐 다른 길로 가기도 하고 주차된 차 사이를 지나다 얼굴에 거미줄을 맞기도 하고.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각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렇게 멋진 형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우쭐대는 마음과 함께 집까지 갈 수 있다는 든든한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요?


내 기억 속 첫 번째 집의 추억을 형제들과 이야기한 적은 없습니다. 오래전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 사는 삶에 다급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제 기억 속 첫 추억의 집을 형제들과 이야기하고 싶네요. 아버지랑은 그 집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혼하신 이유도 전혀 듣지 못했기에 더 조심스럽습니다. 첫 번째 집에서의 추억을 떠오르니 형제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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