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9 취향
DAY 9 취향_나의 여러 취향 중 가장 오래된 것에 대해 써보세요.
팥 붕어빵과 슈크림 붕어빵 중에서 무엇을 먹겠냐고 묻는다면, 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 중에서 무엇을 먹겠냐고 묻는다면, 비빔냉면과 물냉면 중에서 무엇을 먹겠냐고 묻는다면,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중에서 무엇을 먹겠냐고 묻는다면, '다' 먹겠다고 대답하겠다.
봄과 가을 중에서 어느 계절이 좋냐고 묻는다면, 산과 바다 중에서 어디로 가겠냐고 묻는다면, 기차와 버스 중에서 무엇을 타겠냐고 묻는다면, 입식 식당과 좌식 식당 중에서 어디로 가겠냐고 묻는다면, '다' 좋다고 대답하겠다.
뭐든 괜찮다는 나의 평소 입장을 절대 타협 불가능한 입장으로 바꿔놓는 게 있다. 바로 손톱이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손톱을 자른다. 흰 부분이 느껴지네, 얼른 잘라야지.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15년도 더 된 취향이자 습관이다. 손톱에 세균이 득실거린다는 말도 한몫했다. 고등학교 진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조리과학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인지. 부모님과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원서를 넣으며 내 인생 첫 중요한 결정이 마무리되었다. 조리과학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나는 아쉬움이 많았는지 눈앞에 놓인 따끈따끈한 음식을 바라볼 때마다 식재료와 요리 과정을 역산하며 음식을 해체했다. 해체된 음식을 냄새와 맛으로 재조합했다.
다양한 식재료와 조미료의 조합으로 늘 새로운 음식이 만들어진다. 무궁무진한 조합을 만드는 요리사가 대단해 보였다. 그들은 음식을 만들 때 흰 모자를 쓰고, 흰 앞치마를 맸다. 식재료와 주방을 대하는 경건함이 느껴지면서 그 어떤 더러움도 용서하지 않는 듯한 순결함이 묻어났다. 그들의 공통점은 손톱이 짧다는 것이다. 손톱이 긴 경우 식재료를 다룰 때 위생상 좋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손톱 사이사이에 음식물이 낀다. 손톱에 낀 식재료가 나뒹굴었던 음식을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입맛이 뚝 떨어진다. 짧은 손톱은 식재료를 대하는 진지함과 경건함의 상징이며, 투명하고 청결하게 요리하겠다는 다짐이자 선언이다.
비록 전업으로 요리를 하지 않지만, 늘 손톱을 짧게 유지한다. 오래되고 변태 같은 취향이다. 시켜만 준다면, 조건만 충족된다면 식재료를 다듬고, 자르고, 다지고, 빻고, 굽고, 튀기고, 삶으며 음식을 만들고 싶다. 짧은 손톱은 언제든지 주방으로 튀어나갈 수 있다는 최소한의 준비태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손톱을 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