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기다려지는 이유

<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8 아침

by 민샤

DAY 8 아침_내가 아침을 기다리는 이유에 대해 써보세요.


복도에 붙어 있는 명언을 보고 한참을 서 있었던 적이 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말라버린 일상에 동기부여라는 모르핀을 꽂기 위해 인생 명언을 찾아들었던 때라 이 문장의 효과는 꽤 유의미했다. 내일이 없는 삶. 마지막 하루를 예감하는 자는 어떤 심정일까.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이 망나니처럼 하루를 보낸 사람을 보면 뭐라고 할까?

"예끼 이놈, 나랑 영혼을 바꾸자!"


지구 종말의 날이 왔다. 오늘 저녁이 되면 지구는 멸망하고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죽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루를 보내겠냐는 말장난을 꽤 좋아한다.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 등 다양한 질문의 형태로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다. 오늘 하루가 마지막이란다. 그럼 누구나 꽁꽁 싸맸던 욕망의 팬티를 내려 이곳저곳 활보할 것이다. 내일이 없다는데 두려울 게 있을쏘냐.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 떠날 것이다. 가장 먹어 보고 싶어 하던 음식을 찾아 떠날 것이다. 평소에 눈치만 보던 사람일지라도 더 이상 눈치 볼 이유가 없어질 것이며, 시간과 돈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할 것이다.

"거기, 비켜!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자기야 보고 싶어! 지금 달려가는 중이야!"

"에잇, 죽기 전에 부드러운 동파육은 먹어야지!"


갑자기 전국적으로 방송이 나온다.

"아아, 지구 종말은 내년으로 연기되었습니다. 다들 일상으로 돌아오세요."

하나둘 주섬주섬 욕망의 팬티를 올려 일상으로 돌아온다.



지나간 날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하루를 날려먹은 날이 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내일 아침'이라는 오만함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지 뭐. 피곤한데 내일 할까? 내 안에는 오늘 평안히 자다가 내일 건강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이 들어있다. 은행에 맡겨놓은 돈처럼 마음만 먹으면 내일 당장 출금할 수 있는 것처럼, 절대자에게 내일을 맡겨놨다.


하루쯤은 욕망의 팬티를 반쯤 내려서 하고 싶은 대로 산다. 평소 하고자 하는 대로 마음껏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하고 싶은 대로 살기에는 내일, 먼 훗날이 걱정된다. 나를 욕망에 온전히 젖어들지 않고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내일 아침'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은 우리 마음속 내일을 지우는 일이다. 당장 내일의 삶도 모르지만 다들 먼 미래까지 대비한다. 대다수의 아침은 늘 찾아오니깐.


내가 아침을 기다리는 이유는 헛되이 보낸 어제를 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망나니처럼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도록 구제해 주는 시간이 아침이다.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오늘 열심히 살아봐.

아침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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