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것도 나, 저것도 나

저경력 교사의 교육철학 세우기

by 민샤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6. "나의 강점과 약점"

과거, 나의 장점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스스로 생각한 다섯 가지 강점은 이렇다. 과거의 글을 돌아보니 꽤나 쑥스럽다.


솔직한 감정 표현

막내로서 훈련된 눈치

세심한 변화 관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

혼자서도 잘 보내는 시간



이외에 교사로서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을지 고민한다. 단점이나 약점은 쉽게 떠올릴지 몰라도 강점이나 장점을 생각해 내기란 어렵다. 간신히 생각해 내더라도 입 밖으로 꺼내기 조심스럽다. 겸손의 미덕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총체적인 나를 볼 수 있게 한다. 코끼리의 부분만 보고서 판단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나의 한 가지 장점과 두두 가지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점: 호기심과 도전의식



교실에서 만난 한 아이는 20살이 되면 세상을 누비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를 돌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겠다는 학생의 눈동자는 반짝였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국내 여행도 다소 귀찮아했다. 하지만 넓은 세상으로 눈길을 둔 학생이 어떤 마음인지 궁금했다. 은연히 나에게 용기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듬해 첫 해외여행을 홀로 떠났다.



해를 거듭할수록 내가 학생에게 영향을 받는 것처럼 교사도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실감한다. 그래서 교사가 어떤 태로도 삶을 사는지는 상당히 중요하다. 나는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중간중간 중국어와 일본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또 같이 운동할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며 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점심시간에 교실에 가서 묵묵히 책을 읽는 모습도 보여준다.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에 익숙한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자포자기해버리는 학생이 없길 바란다. 여러 분야에 기웃거려야 적성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분야를 만나길 바란다. 원하는 만큼 하지 못하면 분함을 느끼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흠뻑 빠지는 분야가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단점(1): 협업과 업무 분담에 대한 두려움



대부분이 그렇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꺼려한다. 어쩔 때는 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으로 인해 함께 무언가를 할 때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짐이 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배한다. 이 잣대는 가끔 상대방에게도 향하기에 협업보다 단독 작업을 선호한다.



함께하고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맡은 일을 성실히 할 것이라는 믿음, 책임감을 갖고 해낼 것이라는 믿음. 이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도 해당됐다. 30명의 학생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맡는다. 교실과 복도 청소 담당, 칠판 담당, 게시물 담당, 유인물 담당, 분리수거 담당, 기자재 담당 그 역할을 다양하다. 제시간이 되면 청소도구를 챙겨 배정된 장소로 이동해 청소를 한다. 아이들을 보내고서 청소 구역을 둘러보면 영 시원치 않다고 느낀다. 빗자루를 들어 내가 청소를 마무리한다. 아이들한테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할 바에 내가 하는 게 편했기 때문이다.



말하기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수많은 일을 도맡아 할 수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살아가기 위해서 배워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차분함을 가지고 알려줘야 한다. 내가 어려워하는 일 중 하나다. 왜 안 하냐고, 이렇게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기보다는 친절히 알려줘야 한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그들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해야 할 일을 나누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단점(2): 외부평가에 대한 민감함



올해 '디지털역량강화'라는 전문적학습공동체의 장을 맡았다. 관련 업무 담당자이기도 하고, 그동안 이끌어 오신 정보부장님의 짐을 덜어드리고자 요청에 선뜻 수락했다. 총 13명의 선생님과 함께 디지털 및 인공지능을 주제로 연수 시간을 꾸린다. 한 모임의 장으로서 1년 일정을 세우고 모임을 이끌어가기란 부담이 상당했다.



정돈되지 않은 자료를 준비해서 연수의 몰입도를 방해하기도 했고, 열정만 앞선 과제에 부담을 느끼시기도 했다. 어떤 분들은 만족하고 다른 분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순진무구한 질문도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모두를 만족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상처를 잘 받았다.



자체적 또는 외부강사를 섭외하여 진행한 연수를 마치고 받아 든 설문 결과를 열어보기 두려웠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이 쓰여있을까 한참을 망설인 후에 꺼내봤던 기억도 있다. 경력 있는 선생님께서 개의치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말씀을 해주셔도 부정적인 피드백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렇다가도 칭찬 한 마디를 풍선껌처럼 한껏 부풀려 듣기도 했다. 나에 대한 평가는 꽤나 유혹적이다. 호평은 참으로 달콤하지만 혹평은 몇 날 며칠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일희십비(一喜十悲)같은 나다.






호기심과 도전의식으로 여기저기 발을 담그지만, 끈기가 부족하다. 끈질기게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을 도맡아 해결할 수 없기에 동지와 짐을 나눌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 외부평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제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끝까지 함께할 이는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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