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수업의 화룡점정

저경력 교사의 교육철학 세우기

by 민샤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7. "수업을 하면서 교사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


교사로서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 '가르치다'라는 의미를 안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의 수업들을 돌아보면 흡족했던 장면보다는 자괴감을 억누르며 애써 웃으며 마무리한 순간들이 생각난다. 수업의 구성과 흐름을 준비하고 교실에 들어갔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졌던 때도 있었고, 재밌다고 생각한 수업 주제에 반해 시큰둥한 아이들의 모습에 상처를 받았던 때도 있다.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못한다고 불평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가끔 수업이 살아있다고 느낀다. 꽤나 역동적이여서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지 종잡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수업의 묘한 매력을 느꼈다.



수업 주제는 성어의 속뜻 유추하기이다. 성어는 겉뜻과 속뜻이 있다. 겉뜻이 성어를 구성하는 한자들의 직접적인 의미라면, 속뜻은 그 성어가 지닌 상황적, 맥락적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 십중팔구(十中八九)의 겉뜻은 '열 중 여덟이나 아홉'이고, 속뜻은 '거의 대부분이나 거의 틀림없음'이다. 예측이 잘 들어맞을 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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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6개의 성어를 제시한다. 성어를 구성하는 한자를 모두 제시하고 모둠별로 속뜻을 유추하는 수업이었다. 이 성어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 그 상황과 맥락을 떠올려 어떤 속뜻을 지닐까 유추하고, 처음 들어봤다면 겉뜻을 완성하고 그 의미를 보편적으로 쓰인 상황을 이끌어 내는 활동이다.



수업의 효율을 생각했다면 교사가 모든 정답을 알려주고 외우게끔 하면 됐다. 하지만 나는 효율을 선택하지 않았다. 홀로가 아닌 함께를 택했다.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로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다. 모둠별로 성어의 속뜻을 모두 적었으면 함께 나눠본다. 나는 모둠별로 나온 답을 정리하는 역할이었다.



"칠전팔기는 어떤 속뜻일까요?"


"포기하지 않는 거요!"


"좋아, 어떤 상황에서?"


"음..?"


"다른 모둠은 어떤 이야기가 나왔나요?"


"오뚝이 정신이요!"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인데?"


"여러 번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요!"


"좋은데!"



아이들의 대답이 이어지고 덧대어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감동적이었다. 약간 흥분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벅차고 귀한 순간이었다. 칠판 앞에 선 나의 모습,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아이들, 서로 눈을 맞추며 주고 받았던 이야기들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귀한 것은 드물게 찾아온다. 그렇기에 귀하다고 할 수 있겠다. 수업을 조금만 허투루 준비하면 그런 순간은 삽시간에 모습을 감춘다. 교사의 철저한 사전 준비 위에 학생들의 참여가 곁들여지면 만날 수 있다.



결국 수업은 아이들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활기를 얻는다. 교사의 꾸준한 고민과 준비가 선행될 때, 비로소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수업은 한 폭의 도화지이고, 아이들의 참여는 그 위에 찍는 용의 눈동자이다. 그림이 완성되는 그 순간 외칠 수 있겠다.



"교사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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