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8. 찢어진 근육이 붙으며 커지는 것처럼8. 찢어진 근육이 붙으며 커지는 것처럼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8. "내게 영향을 준 한 문장"
관성은 우리 삶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원리로 작동한다. 자동화된 생각과 행동으로 원하는 분야에 에너지를 집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새롭게 결정하고 판단해서 행동한다면 우리의 에너지는 금방 소진될 것이다. 관성은 관습이라고도 부를 수 있으며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관습에 기대어 살아간다. 걷는 것, 수저를 잡는 것,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 자전거를 타는 것 등 상당수가 포함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습관으로 굳어 자동화된 언행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생각을 해내고,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요구된다.
교실 맨 뒤에 앉은 아이는 이미 동공이 풀린 상태다. 그 앞에 앉은 학생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기도 한다. 평소보다 조금 어려운 내용으로 수업을 준비했는데, 버거운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복잡하고 심화된 개념을 배우는 건 당연하다. 작년에 공부했던 내용과 태도만으로는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과정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손가락으로 툭 치면 금방이라도 옆으로 쓰러질,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얘들아, 많이 어려워?"
"네..."
"지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가?"
"맞아요!"
그 시기가 왔다.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계속 붓고 있다고 느낄 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났다고 생각될 때, 잡힐 듯해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만났을 때.
학급마다 운동을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 복싱이나 태권도, 배드민턴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 학생을 콕 집어 질문한다. 처음 운동할 때부터 잘 했느냐고. 물론 아니라고 한다. 기초 훈련을 다지는 기간이 오래된 친구도 있었다. 다음은 근육을 키우고 있는 학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근육이 언제 자라지?"
"네?"
"매번 같은 무게, 같은 횟수로 반복한다고 근육이 자라나?"
"아니요. 무게를 올려요."
"그리고 근육통이 생기지? 그게 근육이 찢어진 거야. 그리고 다시 붙는 과정에서 기존보다 커지는 거지."
얘들아, 우리의 머리도 그렇다. 생각 근육이라는 게 있어. 늘 같은 수준의 문제만 풀고, 쉬운 내용만 공부한다고 생각 근육이 자라지 않아. 지금보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풀었을 때 머리가 지끈지끈하잖아? 그게 진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거야. 근육이 찢어지고 다시 붙으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 (…)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아이들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어차피 공부와 상관없는 길을 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영어의 품사가, 수학의 미적분이, 한문의 고전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학창 시절이 끝나면 더 이상 보지 않을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머리를 아프게만 하는 이것들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첫째는 인내력을 기르는 일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만을 할 수 없다. 당장의 욕구를 절제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는 학교 공부 말고도 어느 분야든 적용할 수 있다.
둘째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구구단에서 2단을 외우지 못한다면 그다음으로 넘어가기 어렵다.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기초의 활용과 응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당장의 직접적인 쓰임을 넘어 인내력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며 삶을 살아가는 역량의 기초가 된다. 아이들이 기본적인 자질을 함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바탕이 되는 생각거리들이다.
관성을 딛고 새로운 것을 향해 손을 뻗어가는 과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평소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로서 그 과정을 연습한다. 진정으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만났을 때 전심전력할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더 나은 모습,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노력과 열정이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