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9. 아이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9. 아이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9. "학생들에게 나는 어떤 선생님일까?"
학기 또는 학년이 끝나갈 때 모든 학생들에 대해 설문을 받는다. 그동안 함께 어울려 생활하면서 느낀 친구의 장점을 적는 설문이다. 그렇게 취합이 되면 작업을 해서 반에 게시를 해두고, 학년 마지막 날에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타인이 바라본 나의 모습을 들으면 색다를 때가 많다. 평소 나의 모습을 보여줬을 뿐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장점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냐가 가장 중요하지만 타인 속에서의 나,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때의 나를 인식하는 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2학년이 된 아이들은 1학년 때 운동장, 복도를 오가거나 급식을 먹을 때 나를 자주 봤을 것이다. 나는 배정된 순회 지도 시간을 잘 준수한다.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곳저곳을 면밀히 살핀다.
교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농구공을 던지며 놀거나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리기도 한다. 후식으로 나온 간식들의 쓰레기를 화단에 두고 가거나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을 누빈다. 모두 불러 지도한다. 때로는 말없이 불러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새 학년 첫날, 2학년 학생들이 있는 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학년 때 지도를 받은 아이들에 의해 소문이 났다. 무서운 선생님, 군대 선생님 등 다양한 별칭이 나에게 붙었다. 첫 만남은 언제가 긴장된다. 심호흡을 하고 교실 문을 연다. 1년 동안 함께할 아이들이 보인다. 몇 년을 해도 긴장이 되는 걸 어떡하나. 매해 상냥하게 인사를 하자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경직된 인사말이 튀어나왔다.
"모두 반갑습니다. 거기 서 있는 사람 자리에 앉도록."
아이들은 나를 어떤 선생님으로 보는지를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언제는 시간이 남아서 우리 반 아이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나의 고백으로 대화는 시작했다.
"얘들아, 너희들이 보기에 선생님은 어때? 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같아?"
"지각을 싫어하세요.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맞아요. 그리고 선생님 예민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네! 엄청 있어요!"
맞다. 나는 예민하다. 예민한 성향을 가졌다. 수업 중 볼펜을 딸깍하는 소리를 버티기 힘들어한다. 수업에 필요한 물품을 제외하면 다 정리한다. 선풍기 소리도 거슬린다. 교탁과 창틀, 사물함 위에는 어떤 것도 올려져 있어서는 안 된다. 청소를 했다면 책상의 줄은 맞춰져 있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책상과 의자 다리에 있는 먼지를 제거한다. 미닫이문 밑틀을 솔로 닦아낸다.
이런 모습을 봐온 아이들이 나를 예민하다고 여기는 건 당연하다. 나도 인정한다. 스스로 극성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위안한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소리도 민감하고 청결에도 민감한 선생님이다.
이번 주제는 참 어려웠다. 내 생각을 쓰기보다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나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오래 지낸 가족의 마음도 잘 모르는데,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잘 알 수 있을까. 들려온 이야기, 함께 나눈 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예민함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고자 한다. 나는 내가 남들보다 예민하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고, 살면서 큰 장점으로 여겼다. 변화를 잘 알아차리고 상대방이 불편하게 여기는 걸 쉽게 포착하기도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나와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럴 때는 "네가 예민한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섬세한 감각을 가졌다고 말한다.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조명하는 일은 스스로를 보다 더 객관적으로 보려는 과정이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을 다른 사람이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건 장점으로 보이겠는데, 그건 고쳐야겠는데. 혼자만의 오답노트를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