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대화 오답노트 작성하기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by 민샤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21.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사를 준비할 때는 1순위가 수업, 2순위가 학생 상담이었다. 그 외에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교사가 되어 현장을 경험하니 1순위는 업무에 위협을 느꼈고 '학생 상담'이 '학생 지도'로 바뀌었다.



수업의 관점에서 교사는 전문가여야 한다. 지식 전달자의 역할에서 학생들의 학습 조력자로 옮겨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과 전문성은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수업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변화하는 교육적 흐름에 맞춰 적절한 교육과정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고 학교 환경에 맞게 수업에 변주를 줄 수 있어야 전문가라 할 수 있다.



학생과의 관계에서 교사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지각을 하는데 학생들 보고 지각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 교사가 책을 읽지 않는데 학생들 보고 책을 읽으라고 할 수 없다.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학생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꽤 중요하고 학군지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이렇게 자랐으면 하는 대로 교사 스스로 먼저 실천해야 한다.






요즘 들어 대화 오답노트를 자주 적는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서 돌아오는 길, 주고받았던 내용을 역추적한다. 그때 이런 의도로 말한 거였구나, 내가 이렇게 말해줬으면 더 좋았겠구나,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그랬구나.



쓱- 메모장을 켜서 오답노트를 추가한다.



부끄럽지만 하나 일화를 소개한다.



A: 선생님 식사하셨어요?


B: (도시락을 먹지만) 응, 먹었지~ 맛있었어?


A: 오늘 짜장이 너무 짜지 않았어요?


B: 그래? A가 평소 싱겁게 밥을 먹나?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당연히 B가 나다. A는 3학년 학생으로 말썽을 조금 피웠지만 개과천선으로 노력하는 아이다. 꾸준히 운동을 해서 몸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스트랩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첫 번째 오답, 나는 급식을 먹지 않는데 먹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대화 분위기의 방향을 틀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대답했다. 음,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다.



수정 내용: '선생님은 아직 안 먹었는데, 오늘 밥 어땠어?'






두 번째 오답, A의 의견을 부정한 느낌이 든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 급식이라고 할지라도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 없는 노릇이다. 누구에게는 짜지만 누구에게는 싱거운 법이다. 평소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A가 짜다고 했다. 그럼 A에게 짠 것이지만, 평소 싱겁게 먹지 않냐며 의견에 물음표를 애써 달았다. 그냥 짜게 느꼈구나 하면 됐었다. 교무실로 올라가면서 생각해 낸 수정 내용은 이렇다.



수정 내용: 맞아, 선생님도 먹어보지 않았는데 짜 보이더라, 방학 동안 건강하게 먹었나 보네?






뒤를 돌았을 때 만족스러운 대화를 하고 싶다. 나와의 대화가 아이들의 내면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길 바란다. 큰 영향은 부담스럽고, 아름다운 대화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부터 힘이 되는 말, 긍정의 말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웃픈 오답노트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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