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언제 일어나는가? │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20. "배움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몇 년 만에 찾아온 장염으로 병가를 냈다. 코로나에 걸렸던 이후로 집 밖조차 나가기 어려운 날은 처음이었다. 주말 동안 부디 낫기를 바라며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첫날은 일어날 수 있어 간신히 출근을 했지만 1교시만 마치고 조퇴를 했다.
주변에서 주사를 맞아야 얼른 낫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쌍화탕과 복용약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전통적인 생각과 주사는 비싸기만 하다는 선입견이 나를 말렸다. 하지만 열은 잦아들지 않았고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가 주사를 맞았다.
집으로 돌아와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가벼워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주사의 힘인가 하며 감탄했다. 병이 나은 지금도 사람들과 만나면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주사가 정말 좋더라고요.
우리는 무엇을 통해 배울까? 책을 읽거나 주변인의 조언을 통해 미처 겪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강한 배움이 있다. 직접 경험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발로 밟아보며 손으로 만져본다. 그렇게 알록달록한 무언가를 하나씩 우리 안에 담으며 살아간다. 직접 부딪히면서 세상을 느낀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사랑의 아픔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사랑의 깊이를 배운다. 건강도 잃은 후에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경제적 어려움도 그렇다.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그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배움은 선명하게 남는다.
우리는 부정적인 경험을 곧바로 실패로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여러 번 검색한 끝에 찾아간 식당의 음식이 별로였다면 맛없는 식당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실패한 식당'이라고 표현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결심했지만 SNS에 비치는 화려한 몸매들과 대비되는 자신을 보고 '실패한 운동'으로 치부한다.
완벽한 경험만으로 스스로를 채우려고자 하는 현대인의 완벽주의적 사고는 결국 배움을 유예할 뿐이다. 아이들도 부정적인 경험을 맞닥뜨리면 바로 "실패했다", "망했다"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게 사용한다. 하지만 이 또한 배움의 과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작은 경험 조각들이 모여서 더욱 다채롭고 단단한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에게 "이번엔 아쉬운 결과가 나왔네"라고 말하는 것과 "이번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묻는 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전자는 학생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후자는 학생이 스스로 성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른다.
결국 배움이란 완벽한 성공의 연속이 아니라, 크고 작은 경험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지는 여정이다. 교사로서 우리의 역할은 학생들이 이 여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을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