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노 Oct 13. 2022

<방구석 일기장> 어머니께

조마리아 여사님의 편지

2022.09.16

날씨: 엄마의 사랑이 피부로 느껴지는 듯한 따뜻한 햇살이 가득함.


출처: 목항서예가 티스토리(https://cko1023.tistory.com/15808741)


어머니께,


엄마 오늘 하루만 아들 때문에 3번이나 전화 주시고 정신질환까지 생각날 정도로 자나 깨나 자식 걱정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렇게까지 걱정했는데 아들은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니까 뭐라고 제대로 반박도 못하고 답답하셨을 거 같아요.


남을 사랑하려면 본인부터 사랑해야 하고, 남에게 베푸려면 내가 가진 것이 있어야 베풀 수 있음을 잘 알기에

엄마가 말한 현실적인 고민이나 단기적인 목표 설정에 있어서도 남이 아닌 제 자신의 미래인 만큼 누구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말로는 엄마의 답답한 마음을 다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하루하루 그날 할 수 있는 거,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씩 해가는 것 밖에 없네요. 그동안 저한테 조건 없이 베푸신 사랑과 지원에 대해 저도 책임감을 느끼고, 부모님께, 우리 가족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제가 받은 넘치는 사랑을 다른 사람, 제가 속한 사회에도 환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엄마가 얘기한 것처럼 나 자신부터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죠.


다만 그 과정에 있어서 엄마와 저의 의견 차이가 조금은 있는 것 같은데, 저도 그만큼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천해서 현명한 선택을 할게요.


아들이 살 조금 빠진 것만으로도 이렇게 걱정하시는데, 그 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인 죽음을 앞둔 아들을 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는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고 힘드셨을까요. 아마 저 편지를 쓰시면서도 눈물이 앞을 가리고 숨이 벅차서 한 글자 한 글자가 마치 자신에게도 가슴을 찢는 못처럼 다가왔을 거 같아요. 당연히 부모로서 아들이 살았으면 좋겠지만, 자신의 감정조차 꾹꾹 눌러 담으며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붓을 들었을 조마리아 여사님을 생각하며, 저도 엄마도 우리가 가진 한정된 시간의 가치를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 봐요.


저도 아직은 행동보다는 말과 생각이 앞서는 사람이지만,

한 계단, 한 계단씩 행동으로도 제가 뱉은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엄마의 염려와 사랑이 다 피부로 느껴지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이번 여행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다녀오세요!


아마 제가 마흔이 되고, 환갑이 되더라도 엄마는 매일 아들 걱정만 하실 거 같아요.

걱정은 조금씩 내려놓으시고 걱정보다는 기대로 내일을 맞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항상 사랑하고 감사해요. 


방금도 아주 배부르게 우동이랑 오뎅탕 끓여먹었어요. 엄마 음식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아주 맛있게 잘해 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훌륭한 어머니를 두어서 너무나도 행복한 아들 올림 


추가: 어머니의 답신


아들~

너무나도 고맙다

너의 말이 맞아

걱정보다는 기대를 해야 하는 거...

보내준 글을 보니

이제는 걱정 뚝!


엄마는 오늘도

또 아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하고

기대한다는 말밖에  이상 할 말이 없네...


너가 끓인 오뎅탕이 갑자기 먹고싶다 ㅎ

12월에 오면

맛있는거 많이 먹자~~^^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 일기장> 동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