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회복의 시간들: 2025년을 마무리하며

21번의 인터뷰가 나를 어디로 데려갔는가

by 고민수

2025년 마지막 21번째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


올해는 감사한 일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 감사는 결코 순탄치 만은 않았던 시간들을 통과하며 만들어진 귀중한 결과물이었다.




1. 멈춘 마음이 다시 움직이기까지


올해 초, 남편의 스타트업을 접어야 했다.

수개월 동안 소득 없이 쌓여가는 대출 이자만 감당하며 버텨야 했고, 잡서치가 길어지면서 "집을 팔아야 하나?" 하는 질문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성난 파도처럼 가늠할 수 없는 혼란과 두려움이 몰려오던 어느 날, 폭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처럼 정적의 순간이 찾아왔다.


Everything will be ok.


그 한 문장을 붙잡고, 나는 수년간 미뤄두었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아무런 보상이 약속되지 않은 채, 9개월을 꾸준히 이어왔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용기'라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 값진 일이라고, 끝까지 믿어준 나에게 고마웠다.


2.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적


2023-24년은 나에게 유난히 흔들림이 많았던 시기였다. 오랫동안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평생 감기 한번 걸리지 않던 내가 이름 모를 질병들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들을 맞이했다.


언제나 건강하다 자부했던 나인데 원인 없이 아프다 보니 한 동안 '왜'라는 질문이 앞섰다. 인생에 어떤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필요한 질문은 '왜'가 아닌 '어떻게' 인데도 말이다.


마흔이 되어 몸이 흔들리니,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그때서야 비로소 예전에는 보지 못하던 장면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의 무거운 짐을 이끌고 헬스장 문을 열던 사람들. 그들이 얼마나 큰 용기를 내어 그 공간에 발을 들이고 있었는지, 그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늘 알고 살지만, 건강이 무너질 때야 비로소 그 사실이 또렷해진다.

그 시기를 지나며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사실은 하루하루 허락된 '기적'이었다는 것을 다시 배웠다.


숨을 편히 들이쉬고 내쉴 수 있다는 것,

세상의 색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것,

식사를 하고 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내 두 다리로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삶의 기반이 있다는 것 ㅡ 지붕이 있고, 일용할 양식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지금, 덜 아프고 내가 의미 있다고 믿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임을 안다.


남편 역시 다시 빛날 수 있는 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고,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조금 더 내면의 회복에 집중하며 현재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지금이 참 소중하다.


3. 21번의 인터뷰가 가르쳐준 것들

올해 <고온>에서 나는 21명의 게스트를 만났다. 그들의 전환, 회복, 도전을 듣는 동안 나 역시 조금씩 변해갔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게 세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첫째, 의미 있다고 믿는 일은, 보상이 없어도 계속할 수 있다.


그 믿음 하나로 나는 귀중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 안에서 내면이 성숙해지는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세상이 바라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지난 뒤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삶'을 선택하는 것ㅡ 그 일을 하고 있을 때야말로 나는 다시 살아 있음을 느꼈다.


둘째, 다시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환경이 나를 막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안에 자라고 있는 열망의 크기가 나를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피트니스를 만나고, 사람들에게 건강한 변화를 전하는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15년이 되었다. 오랫동안 그 열정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했지만, 돌고 돌아 지금, 나는 다시 '사명'이라 부를 수 있는 일을 만나고 있다.


마흔이 넘어서 시작한 이 길이 두렵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안갯속 길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을 느낀다.


셋째, 경청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매일 배우는 기술이다.


어릴 적 꿈은 아나운서였다. 피트니스는 나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지만, 20년이 지나 다시 '말로 사람을 연결하는 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그 길은 어쩌면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말하고 싶은 나를 잠시 내려놓고, 눈앞의 사람에게 마음의 조명을 비추는 일. 나는 아직도 이 기술을 배우는 중이고 그래서 더 겸손해진다.


4. '나'를 비추던 조명이 '타인'을 비추기 시작할 때


피트니스 인플루언서였던 시절의 나는 늘 '나'를 중심에 두었다. 내 이야기, 내 몸, 내 성과ㅡ 스포트라이트가 언제나 나를 향하길 바랐다.


하지만 <고온>에서의 나는 달라졌다.


지금은 내 앞에 온 사람에게 빛을 비추는 일을 하고 있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따뜻하지는 않다.


정중한 거절도, 무례한 거절도, 아무런 답도 없는 날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은 결국 내 여정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믿는다. 누군가의 반응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잃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나는 <고온>의 이름처럼 계속 간다.


5. 인연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유


처음 <고온>을 시작할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인터뷰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게스트가 더 이상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마다 꼭 한 명, 두 명이 다시 연결되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연의 흐름이 내가 멈추지 않기를 응원하듯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다가왔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인연은,
내가 준비될 때 비로소
내게 흐른다는 것을


억지로 만들 수 없는 연결은, 내가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온다는 것을 배웠다.


6. 계속 나아가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


AI 덕분에 일의 속도는 빨라지고, 창작의 효율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하지만 창작 그 자체에는 끝이 없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더 이루고 싶다는 마음은 늘 새로운 숙제를 건넨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페이스를 유지하자'


너무 빨리 달릴 필요도, 너무 많이 이룰 필요도 없다. 완벽할 필요도 없다. 완벽은 내가 스스로에게 씌우는 가장 무거운 족쇄일 뿐이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면 탈이 낫듯, 일에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빨리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는 없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속도가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는 리듬과 호흡, 그리고 '알아차림'이다.


지속 가능한 창작은
속도가 아니라 호흡에서 온다


7. 2026년을 향한 설렘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언젠가 동경하던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상심은 없다.


결과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일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기대와 평안이 함께 머문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더 설렌다.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물'이니까.


<고온>은 단지 인터뷰가 아니라 내 삶이 진화하는 기록이다. 그래서 내년에도 나는 계속 도전하려 한다.


나의 이야기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용기와 희망이 된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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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높이 & 온전히 살아가는 여정

GO ON — A Journey of Rising into Whol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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