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하루

모든 시작은 조용하게 찾아온다

by 고민수

그날은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이었다.


늘 그렇듯 명상과 요가로 하루를 시작했고, 늘 그렇듯 머릿속에는 같은 생각들이 맴돌았다.


팟캐스트를 하고 싶은데.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마음과 하지 않는 이유들이 늘 같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런 아침이었다.




그날도 나는 아무 결론 없이 “언젠가는 해야지”라는 문장을 마음속에 남겨둔 채 지인의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한국에 있는, 오래 알고 지낸 선배였다. 특별한 목적이 있던 통화는 아니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생각을 조금 흘려보내고 싶어서였다.


통화 중에 나는 아주 가볍게 말했다.


“저 언젠가... 팟캐스트를 해보고 싶어요.”


계획도 완벽하지 않았고, 몇 번의 시도를 떠올려 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시작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던 말이었다.

그 말은 결심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생각이 우연히 입 밖으로 나온 것에 가까웠다.


그러자 선배가 말했다.


“그럼, 김대표랑 한번 통화해 볼래?”


그는 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강연 플랫폼을 운영하며 수많은 연사들과 함께 일해온 사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자 내가 팟캐스트에서 인터뷰하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그 플랫폼을 만든 사람이 여자였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선배에 의하면 그녀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 순간, 심장이 조금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바로 그날 나는 김대표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별한 배경도, 대단한 이력도 없었다고 했다.

다만 어느 날,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는 사람 한 명에게서 시작했을 뿐이라고.


그다음은 연결이었고, 그다음은 입소문이었고, 그다음은 지금의 모습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느꼈다.


아, 이 사람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구나.
그런데 시작했구나.


통화를 마칠 즈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도와줄게요.”


그 말은 어떤 약속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소개해주겠다는 제안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 문장은 이상할 만큼 오래 남았다.


아,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군가가 나를 밀어줘서가 아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할 수 있을까’를 묻지 않고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완벽한 계획이 생긴 것도 아니었고, 두려움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준비가 끝나면 시작하겠다'는 말이 사실은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과 얼마나 비슷한지, 그날은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


팟캐스트 이름을 정하고, 마이크를 사고, 프로그램을 배우고, 두 번의 연습 인터뷰를 했다. 김대표와 대화를 나눈 지 단 열흘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3주 뒤, 두려움 반 설렘 반을 안은채 <고온>의 첫 녹화를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거절과, 답 없는 메시지들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따라왔다.


하지만 시작 한 이상 나는 더 이상 '내가 해도 될까?'를 묻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시작할 시간이야.'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은 거창한 결심의 날이 아니었다. 다만, 오래 망설이던 사람이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한 날이었다.


모든 시작에는 하나의 결정적인 하루가 있다.


그리고 내게 그날은,
분명히 달랐다.







고온: 높이 & 온전히 살아가는 여정

GO ON — A Journey of Rising into Whol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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