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행동 속에서 발견된다

설렘은 결과가 아니라, 움직임의 선물이었다

by 고민수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겉으로 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이었다.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자연과 함께 하며 나는 '내면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간은 분명 필요했고,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는 늘 같은 질문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지 않다는 현실, 결과로도 역할로도 나를 설명할 수 없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오래 나를 붙잡았다.


누군가는 커리어를 쌓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누군가는 뒤늦은 박사학위를 따며 눈에 보이는 성취를 하나씩 늘려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한때 잘 나가던, 하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잊힌 한물 간 연예인이 된 기분이랄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고민 앞에서 예전처럼 하나에 미친 그런 열정을 또 꽃 피울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시간 동안 내가 가장 자주 착각했던 것이 있다면, 의미는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다는 믿음이었다.


조금 더 생각하면,

조금 더 정리되면,

조금 더 확신이 생기면


그때 비로소 의미가 생길 거라 믿었다.


명상을 하면서도 언젠가 깨달음(enlightenment)을 경험한다면 그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믿음이 나를 가장 오래 멈춰 세웠다.




의미는 생각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의미는 행동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크를 사고, 팟캐스트 이름을 고민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그 행동들 속에서 나는 다시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뚜렷한 결과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잘 모르겠고, 서툴고, 두려웠지만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해 보는 거였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되었다. 설렘은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행동하고 있을 때 뒤따라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설렐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의미는,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일을 의도를 가지고 하나씩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도,

아직 완벽히 설명할 수 없어도,

아직 뚜렷한 결과가 없어도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일을 뭐라도 하고 있을 때 그 속에서 의미는 자라고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나에게로 돌아왔다.


Everything was me.
모든 것은 결국, 나였다.


의미도,

두려움도,

설렘도


그 모든 감정은 내가 움직이지 않던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도 여전히 완벽히 확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생각만 하던 시간보다 한 발을 내디딘 지금의 내가 진정 '살아있다'라고.


그리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의미는 부여되지 않는다.

의미는, 행동 속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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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높이 & 온전히 살아가는 여정

GO ON — A Journey of Rising into Whol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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