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시작되기 전, 나는 무엇을 두려워했는가?

질문하기 전, 먼저 감당해야 했던 것들

by 고민수

대화를 시작하기 전,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거절당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팟캐스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뒤, 내 앞에는 아주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행동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


"인터뷰를 요청드려도 될까요?"


이 문장은 짧았지만,

그 문장을 보내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필요했다.


나는 늘 인터뷰를 '요청받는' 입장이었다.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고, 나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의 시간과 관심을 요청하는 쪽에 서 있었다.


"왜 이제 연락하지?"라는 두려움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

이미 자신의 영역에서 자리를 잘 잡은 사람들.

나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전, 나는 수없이 같은 질문을 되뇌었다.


괜히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혹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그래서, 연락하는 이유가 뭐예요?"


특히 가장 두려웠던 말은 이거였다.


"그 말하려고 연락한 거예요?"


그 말 한마디에 내가 쌓아온 관계와 진심이 모두 계산처럼 보일까 봐 무서웠다.


요청은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깊게

우리의 '경계'에 닿는다.


요청한다는 건 상대의 시간, 에너지, 관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나 또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모든 요청이 달갑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요청하는 사람으로 사는 걸 불편해했다.


차라리 준비가 완벽해진 뒤,

거절당할 가능성이 없을 때,

상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큼 커졌을 때

연락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결국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못한다는 것.


거절은 생각보다 명확했고,

개인적이지 않았다.


막상 연락을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거절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 거절들은 생각보다 감정적이지 않았다.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응답이 없었다. 혹은 관리자를 통해 "출연료는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어떤 사람은 "지금은 외부 인터뷰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은 그런 이야기를 할 위치가 아니라며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그 안에는 내가 상상했던 '나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었다.


거절은 대부분 상황에 대한 것이었고, 타이밍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정중하지 않은 반응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 한두 번의 반응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 반응은 나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의 경계를 보여줄 뿐이었다.




질문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질문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항상 대답을 얻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답을 얻지 못해도

응답이 없어도

거절을 받아도


그 상태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에 가까웠다.


질문은 용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감당의 문제였다.


거절을 감당하고,

침묵을 감당하고,

나 자신을 의심하고 싶어지는 순간을 다시 통과하는 일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기준을 바꾸었다.


나는 더 이상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렇게 묻기로 했다.


이 대화가 나와 상대방에게 진실한가

이 사람이 내가 가고 싶은 방향과 맞닿아 있는가


기준이 생기자, 거절은 실패가 아니라 정렬의 신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화는, 용기보다 '진정' (authenticity)에서 시작된다


지금도 여전히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는 잠시 멈춘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두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대화가 시작되기 전,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거절이 아니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 위에 제대로 서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완벽한 문장 대신, 정직한 질문 하나를 선택한다.


그 질문이 또 어떤 대화를 열지 아직 알 수 없더라도.




IMGL2827-22.jpeg


고온: 높이 & 온전히 살아가는 여정

GO ON — A Journey of Rising into Wholeness.


#회고 #전환의순간 #고온 #삶의기록 #자아성찰




작가의 이전글의미는 행동 속에서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