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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2. 죽음이란 무엇인가?

去者日疎(거자일소) 죽으면 멀어지니 무서운 것은 이것이 아니겠는가?

by 김민성


신은 진흙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로웠습니다.
그래서 신은 진흙 덩어리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과 별, 내가 빚은 모든 것을 보라."
한때 진흙이었던 나는 이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운 좋은 나 그리고 운 좋은 진흙.
진흙인 나는 일어서서 신이 만든 멋진 풍경들을 바라봅니다.
위대한 신이시여!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한 일.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일.
당신 앞에서 나는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은,
아직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갖지 못한 다른 모든 진흙들을 떠올릴 때,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진흙들 대부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영광에 감사드릴 뿐.
진흙은 이제 다시 누워 잠을 청합니다.
진흙에게 어떤 기억이 있을까요.
내가 만나봤던, 일어서 돌아다니던 다양한 진흙들은 얼마나 놀라운지.
나는 내가 만났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고양이 요람中-


한창 자라나던 중학생 시절이었다.

당연히 무서운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이른바 “무대뽀”의 나이였다.

숱한 반항과 치기 어린 도전들도 했지만 밤이 되면 항상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태어나기 이전에 기억이 없는 것처럼 다시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다시는 이 삶을 느낄 수 없으면 난 우주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는 것인가?”

“내가 죽더라도 이 세상은 돌아가는 건가? “


다들 한 번씩 이런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찾아 읽은 책이 셀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었다.

죽음이라는 객관적인 사실 속 주관적인 두려움을 이성적으로 풀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깨달음은 두 가지였고 이는 죽음에 관한 모든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줬다.




첫 번째 생각에 대한 내용이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 너무 많다. 행복, 기쁨, 사랑, 감동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부터 불행, 고통, 아픔, 우울,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 모두 말이다.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났기에 얻을 수 있는 감각들이다. 누군가도 태어나서 이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대신 우리가 태어났고 삶이라는 축복을 얻어 살아가고 있다. 축복을 다 사용하고 다시 돌려주어한다면 그것은 빌린 것에 대한 당연한 의무이고 행복히 건네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이렇게 이해하고 싶다.


잠깐이라도 느꼈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두 번째 생각에 대한 내용이다. 위에서 말한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는 축복을 받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축복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태어나며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죽음을 통해 내가 살아가며 받은 사람들의 축복과 사랑도 같이 내려두고 가야 한다는 게 두려웠다.

즉 죽음이 가져가는 내 삶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허나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내가 가진 축복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다 나누어주고, 죽을 때는 아무것도 없게 하는 게 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나름대로 베풀면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이렇게 이해하고 싶다.


무(無)에서 와 유(有)를 즐기고 무(無)로 가는 것


자세히 보면 두 말은 같은 맥락이다. ”순간을 느끼고사라지는 삶“이라는 말로 연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완성이 죽음이라는건 모르겠지만 삶이 소중한 건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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