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계절이 넘어가면서 괜히 아쉬운 순간

여름 끝무렵

by 민쌤

계절이 넘어가면서 괜히 아쉬운 순간

_여름 끝무렵


여름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씩 선선해지면서,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늘 그렇듯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는 괜히 마음 한구석이 아쉽다. 올여름, 좀 더 즐겼어야 했는데, 조금 더 함께했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아들은 어느새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함은 서서히 사라지고, 사춘기 특유의 무게가 그의 어깨 위에 앉은 듯하다.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느라, 또 공부량이 많아진 탓에, 어느 순간 아들이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반쪽이 된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만큼 성장해가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올해는 가족 여행은 미루자고 했지만, 아쉬운 마음을 도저히 감출 수 없어 결국 2박 3일간 서울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아들이 함께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도 줄고, 함께하는 시간이 드물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부모보다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한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종달새처럼 하루 종일 내 옆에서 지저귀듯 떠들던 아들이, 이제는 말수가 줄고 눈을 마주치는 순간도 이전보다 훨씬 적어졌다.

예전 같으면 서운했을 텐데, 지금은 그것조차도 성장의 한 과정임을 받아들인다. 아들이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엄마와의 대화가 줄어든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여름은 유난히 아쉽다. 셋이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가족이 함께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줄어든 것이 서운하다. 하지만 삶은 늘 그렇게 흘러가고, 힘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좋은 날들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여행지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나는 바란다. 말수가 줄고,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줄어들지라도, 우리가 여전히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로 남기를. 계절이 바뀌듯 사람도 변하고 관계도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가족이 주는 깊은 울림과 따뜻함이다. 아쉽게 지나간 여름을 뒤로하고, 다가올 계절에는 더 많은 대화와 더 깊은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 언젠가 아들이 이 시절을 돌아보며 “그래도 우리 가족은 함께였다”라고 기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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