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내가 가지고 있는 맛있는 추억

그날의 그 맛

by 민쌤

내가 가지고 있는 맛있는 추억

_그날의 그 맛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밥상이 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식탁 위에는 늘 그렇듯 된장찌개와 몇 가지 반찬이 놓여 있었고, 엄마는 바쁜 손길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고 계셨다.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어쩐지 그날의 공기는 조금 더 따뜻했던 것 같다.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늘 엄마 밥상이 그리웠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늘 내 손으로 밥을 지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내 밥상에는 엄마의 맛이 없었다. 그래서 친정을 찾을 때면 꼭 엄마 밥을 얻어먹고 오고 싶었다. 부엌으로 들어가려 하면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무슨 일을 하니. 그냥 앉아. 밥이나 맛있게 먹고 가.”

그 말에 나는 늘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날도 똑같았다. 그러나 그 평범한 밥상이 내게는 마지막이 될 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엄마는 40년 넘게 서울에서 밥장사를 하셨다. 포장마차에서 시작해 백반집까지, 늘 끼니를 차려주는 일을 생업으로 삼으셨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밥 먹는 시간에 제대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손님들이 몰려오기 전, 혹은 모두 떠난 뒤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엄마는 늘 그 점을 미안해하셨고 불쌍히 여겼다. 대신 하루도 빠짐없이 새 밥을 지어 우리 앞에 놓아주셨다. 그 정성은 미안함을 넘어선, 사랑의 다른 표현이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날의 밥상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때는 그저 평범하다고 여겼던 반찬들이 사실은 엄마의 삶이자, 우리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였다. 엄마는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엄마가 차려주신 수많은 밥상들이 바로 그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다시 받을 수 없는 밥상이다. 그러나 엄마의 손맛은 내 기억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그날의 밥상 글 중에서_민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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