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하는 습관 들이기

한 줄이라도 기록하는 삶

by 민쌤

메모하는 습관 들이기

_한 줄이라도 기록하는 삶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나는 오랫동안 책을 ‘읽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페이지 모퉁이를 접어두거나 연필로 밑줄을 긋는 정도의 습관이 전부였다. 그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문장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조차 흐릿해질 때가 많았다. 책을 덮고 나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아쉬움도 함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독서모임에서 ‘읽기–표시–쓰기’까지가 독서의 한 과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이 내 오래된 습관을 흔들어 놓았다. 책 속의 문장은 다시 만난 인생의 순간들과 연결될 때 비로소 나의 문장이 된다는 것. 그제야 깨달았다. 독서는 기록을 통해 비로소 나에게 귀속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그 후로 나는 책을 읽을 때 두세 줄이라도 내 생각을 적기 시작했다. 문장이 떠올리는 나의 추억, 오래 묵혀두었던 감정, 문장과 이어지는 지금의 삶. 그렇게 쓰다 보면 속도는 훨씬 느려졌다. 원래도 느린 독서 속도였는데 더 느려졌으니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속도가 아니라 의미로 읽자.”


빠르게 읽고 금세 잊어버리는 독서라면, 그건 누군가의 글을 스쳐 지나간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장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면 가끔 한숨이 나온다. 읽고 싶은 책은 늘 많고,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급함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쓴다. 내 속도로 천천히, 한 줄의 문장이라도 나에게 남기면서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니체는 말했다.
“깊은 생각은 천천히 자란다.”


천천히 읽고, 천천히 쓰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내 삶도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요즘 들어 더 실감한다. 기록은 거창한 형태일 필요가 없다. 한 줄이면 된다. 내가 어떤 문장을 좋아했는지, 그 문장을 왜 좋아했는지, 지금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렇게 단 한 줄의 생각을 덧붙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책 속 문장이 나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앤 라모트의 말처럼,
“모든 것은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그 한 문장이 쌓여 나의 언어가 되고, 나의 언어는 나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만약 당신도 나처럼 독서를 ‘다시 배우는 과정’에 있다면, 모든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고 첫 페이지부터 천천히 시작하길 바란다. 오늘 읽은 문장 옆에 단 한 줄이라도 당신의 생각을 적어보라. 그것이 오늘의 당신을 단단하게 세워줄 작은 기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기둥들이 어느 날 거대한 터전이 되어,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자산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독서는 결국 속도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다. 기록은 그 깊이를 만들어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도구다. 오늘도 나는 한 줄을 적으며,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중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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