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베스트 1위로 자주 언급되던 책이라, 별다른 고민 없이 손에 들었다. 5일간의 여행 동안 읽을 책이었다. 다만 책을 받아 든 순간, 마음 한편에서 작은 걱정이 올라왔다. 생각보다 두꺼웠기 때문이다.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해외여행이니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는 이동 시간에 읽으면 되겠다고 가볍게 계획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이 시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체험을 하다 보면 책을 펼칠 여유는 쉽게 생기지 않았다. 잠깐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면, 몸은 책 보다 먼저 잠을 찾았다. 피로가 몰려왔다. 그렇다고 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틈새 독서’였다. 가방에 책을 넣어두고, 가능한 순간마다 꺼내 읽었다. 카페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시간, 이동 전의 짧은 공백, 바다를 바라보다 잠시 앉아 쉬는 순간까지. 길지 않은 시간들이 모여 조금씩 페이지를 넘겼다.
읽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원래도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완독 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묘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여행지에서, 그것도 틈새 시간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어냈다’는 사실이 나를 조용히 단단하게 만들었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이나 속도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기보다, 끝까지 실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끈기 있게 이어가겠다는 태도가 결국 한 권의 책을 완성시킨다.
독서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처음부터 두꺼운 책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분량의 책을 고르고,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면 된다. 그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만화책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실행 자체가 이미 독서다.
여행지에서의 독서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일상의 공간을 벗어난 자리에서 읽는 책은, 문장의 온도마저 달라 보이게 만든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누워 읽는 문장, 낯선 하늘 아래에서 넘기는 페이지는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그 장면과 함께 책의 문장이 하나의 경험으로 저장된다.
“책은 읽히는 순간보다, 기억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여행에서 스토너를 읽은 시간은 단순한 독서 이상의 경험이었다. 여행과 독서가 만나 만들어낸 이 조용한 성취감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감각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다음 여행에는 짐 속에 책 한 권을 꼭 넣어보라고.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펼쳐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