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지 않아도, 나는 빛나고 있다.
“너 자신을 불태우지 않으면,
절대로 빛날 수 없다.”
_찰스 디킨스
무슨 일이든 열정이 없으면 끝까지 해내기 어렵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포기도 빠르고, 성공도 빠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금세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지고, 조금만 멈춰 서 있어도 스스로를 무능하게 평가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조급해지고, 더 쉽게 자신을 소모한다. 하지만 나는 그 속도에 맞춰 살아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맞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맞추지 않기로 했다.
초등학교 시절, 수많은 장래희망 중 하나로 ‘작가’라는 단어를 적어 넣었던 기억이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뚜렷한 재능을 느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책을 좋아했고,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이 좋았을 뿐이다.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살아가는 일은 늘 꿈보다 급했고, 현실은 꿈을 보관해 둘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나는 다시는 꿈을 꾸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접어둔 마음은 다시 펼쳐지지 않는다고, 그렇게 믿었다.
그러던 내가 마흔다섯 살에 책을 다시 만났다. 책을 통해 글을 쓰게 되었고, 그 계기로 지금까지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생을 바꿀 만큼 거대한 사건은 아니었다. 누군가 알아봐 주는 성공도,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도 없었다. 다만 하루에 몇 쪽씩 책을 읽고, 몇 줄씩 글을 쓰는 시간이 내 삶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내 열정은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는다. 대신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온기 같은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면 느리고,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내 속도에 맞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갑자기 불타올라 빠르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이제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뜨겁게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계속할 수 있느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행위들, 이 노력들이 언제 빛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끝내 빛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을 품고 오늘의 일을 한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그렇게 쌓인 하루들이 언젠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는다.
불태우지 않으면 빛날 수 없다는 말은 어쩌면 오해일지도 모른다. 모든 빛이 불꽃일 필요는 없다. 조용히 오래 켜져 있는 등불도 충분히 어둠을 밝힌다. 나는 오늘도 크게 타오르지 않는다. 대신 꺼지지 않기 위해 내 삶의 심지를 조금씩 다듬는다. 이 작은 불빛이 언젠가 나 자신을 비추는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읽고, 쓰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