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_마음으로 전해 오는 봄
봄은 날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봄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 시작된다. 이유 없이 커피 향이 좋게 느껴지거나, 창문을 열고 싶어지는 날. 바쁘게 흘러가던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서도 괜찮겠다는 여유가 생길 때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도 아니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숨이 조금 편해지는 순간. 그때 비로소 마음속에 봄이 스며든다.
우리는 종종 봄이 오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부지런해져야 하고, 새 목표를 세워야 하며, 뭔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하지만 마음의 봄은 그와 반대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고,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에서 시작된다. 나를 몰아붙이던 긴장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은 비로소 계절을 따라간다.
돌이켜보면 마음이 가장 추웠던 시기에는 항상 나 자신에게 가장 인색했다.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멈추면 뒤처질까 불안해하며, 감정을 정리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계절은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마음은 계속 겨울에 머물러 있었다. 봄이 오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던 것이다.
마음의 봄은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작은 배려에서 온다. 오늘은 조금 일찍 잠들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굳이 모든 약속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풀어주는 것. 그런 사소한 선택들이 쌓일 때, 마음은 천천히 녹아내린다.
나에게 봄이란, 결국 다시 살아볼 수 있겠다는 감각적 메시지이다. 어제보다 조금 덜 무겁고, 내일을 생각해도 숨이 막히지 않는 상태. 그래서 마음의 봄은 늘 조용하고 진지하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삶의 온도를 바꾼다.
봄은 밖에 있는 계절이 아니다. 내가 나를 다그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그때부터 마음은 이미 봄을 맞이하고 있다.
“자신을 돌보는 일은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_파커 J. 파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