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아름다운 이 시절에

by 민쌤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이 시절에


1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서울에서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이 있는 날.


토요일에 서울로 향한다는 것은, 그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는 일이 아니라 그 하루 이전을 모두 정리해 두는 일에 가깝다.


학원 수업을 정리하고, 집안일을 마치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고1 아들이 먹을 음식까지 준비하고 나니 시계는 새벽 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몸은 이미 하루를 두 번 산 듯 지쳐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이상하게 또렷했다.


세 시간 남짓한 잠을 자고 새벽 5시, 서울로 향했다.

오전 8시 독서모임.
오후 5시 글쓰기 모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인지 머릿속은 안개가 낀 듯 멍했고, 걷는 일조차 버거웠다. 가방 안에는 다섯 권이 넘는 책과 여러 물건들이 들어 있었고, 그 무게는 그대로 어깨 위에 얹혔다. 출발하자마자 내리기 시작한 눈은 하루 종일 멈출 줄 몰랐다. 마치 이 하루가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날은 특별했다.


많은 작가님들과 함께한 시간은 힘들고 지쳐 있던 나를 조용히 끌어안아 주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다시 살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글쓰기 모임은 처음 참여하는 자리였다. 온라인에서만 소통하던 얼굴들을 실제로 마주하고, 각자의 이야기와 치밀하게 준비된 프로그램을 함께 나누는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풍성했다. 이런 인연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자주 열리는 모임에 매번 참석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 이렇게 모여 서로의 생각과 시간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에너지는 충분히 충전된다. 누군가의 글 속에서 나의 마음을 발견하고, 누군가의 말속에서 나의 질문을 다시 만나는 시간. 그것은 분명 ‘힐링’이라는 말로도 다 담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각자의 사연을 닮은 글과 말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 우리는 그날, 아주 큰 행운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나 자신에게,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 깊이 감사해진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20시간이 걸렸다. 몸은 말할 것도 없이 지쳐 있었지만,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다.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오히려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한 하루였다. 이 감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이루고 싶은 삶.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 함께 나누고 싶은 시간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여전히 소중하고 귀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내 자리에서 묵묵히, 그러나 성실하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생각을 나누며 성장해 가고 싶다. 부족한 나를 기꺼이 이끌어 주고 손 내밀어 준 많은 작가님들의 마음에 감사하며, 이 눈물 나게 아름다운 시절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삶이 힘들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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