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필사팀
_내 생애 첫 필사팀
나의 인생 첫 필사모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꽤 오래 마음속에서 숙성된 이야기였다. 몇 년 전부터 독서모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품고 있었다.
책을 좋아했고, 혼자 읽는 시간도 충분히 사랑했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와 함께 읽고,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문제는 늘 같았다. 사람들은 “좋다”,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지만 곧이어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근데…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 말 앞에서 나는 매번 멈췄다.
완독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시작도 해보기 전에 주저앉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때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달, 더 미루지 않기로 했다. 완벽한 조건도, 충분한 인원도 기다리지 않기로. 그래서 급하게 추진했고, 그렇게 어제 나의 첫 필사모임이 열렸다.
이 모임에 모인 사람들은 독서광도 아니고, 필사를 해본 적도 없는 분들이었다. 각자의 직업이 있고, 각자의 가정이 있고, 하루를 버티느라 이미 충분히 지쳐 있는 사람들이었다.
독서모임은커녕 책을 중심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 분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사람들과 나 역시 ‘처음’으로 이 길을 함께 걷는다는 사실이.
사실 사람을 모집하는 일은 늘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아쉬움이 남았고,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도 많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조건이 부담스러운 건 아닐까?라고. 그래서 환경과 조건을 바꾸기로 했다. 독서와 필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책을 골랐고 하루 1쪽 필사, 그리고 내 생각 세 줄.
처음엔 이것조차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가게에 매달려 일하시는 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낮췄다. 일주일에 2~3번만 해도 좋고, 아니, 한 번도 쓰지 못해도 괜찮다고. 단체 메시지 방에서 눈으로라도 함께하고, 오프라인 모임에 나와 이야기만 나눠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부담을 내려놓자 사람들이 모여지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 여덟 명. 생각의 전환이 좋은 출발점을 만들어 준 순간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한 권 완독’을 목표로 내세웠다면 아직도 모집을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앞으로도 못했을 것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독서광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가벼운 에세이 한 꼭지로도 시작할 수 있고, 짧은 문장 하나를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책과 연결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계획이 아니라 더 많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책을 보고, 조금씩 삶에 들여놓는 경험. 필사책을 마치면 가벼운 에세이집으로 독서모임도 이어가기로 했다. 단기간 완독이 아니라 한 꼭지를 읽고, 생각을 쓰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처음 시작하는 이분들에게 책이 부담이 아니라 위로가 되고 쉼이 되기를 바란다. 책에서 인생을 찾고, 책에서 다시 숨을 고를 수 있기를. 그래서 나는 이 작은 모임에 나의 선한 영향력을 조심스럽게 얹어본다.
“시작이 느려도 괜찮다.
멈추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충분하다.”
처음은 늘 어렵다. 하지만 한 번을 넘기면 두 번째는 생각보다 쉽다. 처음이지만 용기 내어 첫 발을 내디뎌 준나의 첫 필사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처음이라는 이유로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이기에, 오히려 괜찮다.”
처음이지만, 그래서 더 따뜻했던 나의 인생 첫 필사모임.
이제 막, 이야기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