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지만, 더 멀리 가는 시간
어제는 이상하게도 무엇을 해도 괜찮은 하루였다. 잘해도 괜찮고, 못해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은 그런 날.
나는 지난 2년 가까이 여러 개의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 안에서 나를 키워왔다. 성장이라는 말이 늘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내가 한 일은 단순했다.
매달 기차를 타고, 시간을 내고, 자리에 앉아, 듣고, 적고, 질문하고, 다시 돌아오는 일. 그 반복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제는 그 여정 중 하나였던 철학 모임 6기생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끝났다는 사실 앞에서 아쉽고, 시원하고, 섭섭한 마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끝이라는 말은 언제나 그렇다. 정리의 단어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남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한 사람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배웠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말보다 삶으로 가르침을 보여주는 사람.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지 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사람. 그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매번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다만, 가르침을 100퍼센트 따라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때로는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해는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알고는 있지만 머뭇거리는 순간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최선을 다해 근면하게, 성실하게 이 자리에 남아 있기로 했다.
작년 추석,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참석하지 못한 단 하루를 제외하고 나는 2년 동안 한 달에 한, 두 번씩 모이는 모든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나에게 오늘만큼은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다.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졸업식 이후 이어진 뒤풀이 자리. 아주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웃고, 잠시 침묵하는 그 순간들이 유난히 깊게 남았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아,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감각을 분명히 느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더 해내야만 살아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살아 있다는 감각은 이렇게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내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잘 해내고 싶다. 지금처럼 꾸준하게, 억지로가 아니라 즐겁게, 넘어질 때는 쉬어가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배움은 끝이 아니라 태도다.”
나는 양원근 대표님의 책 제목처럼 나도 죽을 때까지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지적인 태도로 살아가고 싶다.
질문을 멈추지 않고,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으며, 오늘의 나를 내일의 나에게 건네는 사람으로.
어제는 끝이었지만 나에게는 분명히
더 멀리 가는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