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나를 알아가는 행위
“글쓰기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는 것, 의미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행위다.”
_조안 디디온
나는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글쓰기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오해 하나를 내려놓게 되었다. 글쓰기는 잘 쓰기 위해 하는 일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사실. 그것은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가장 솔직한 도구라는 것을 이 문장은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말이 깔끔해야 하고, 논리가 맞아야 하며, 감정도 적당히 정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글을 써보면 알게 된다. 글은 정리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끌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글을 쓰면서 비로소 내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에 자주 멈춰 서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글을 쓰기 전의 나는 늘 바쁘다. 해야 할 일에 쫓기고, 사람들 사이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데 집중한다. 그 속에서 내 마음은 자주 뒤로 밀린다. 괜찮은 척, 바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하지만 종이 앞에 앉는 순간,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감정들이 고개를 든다. 글은 나에게 묻는다. “정말 괜찮았니?”라고.
글을 쓰다 보면 뜻밖의 나를 만난다. 이미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고, 지나간 일이라 여겼던 기억이 아직도 나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은 기억을 소환하고, 감정을 다시 불러낸다. 그래서 글쓰기는 때로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나는 나를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글쓰기는 나를 꾸미지 않는다. 오히려 벗겨낸다. 말로는 쉽게 넘겼던 생각들이 글 앞에서는 쉽게 숨을 수 없다. 한 문장을 쓰고 나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이게 정말 내 생각일까?” “이 말 뒤에 숨겨진 감정은 무엇일까?”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다 보면 나는 내가 생각보다 더 약한 사람이라는 것, 동시에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결국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그 연습을 시킨다. 부족한 나, 흔들리는 나, 확신 없는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록하게 만든다. 글은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하게 한다. 그 점에서 글쓰기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자, 가장 정직한 거울이다.
나는 이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보다, 솔직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멋진 문장보다 진짜 마음을 담고 싶고, 정답 같은 글보다 나다운 글을 남기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그 알아감 속에서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바빠서, 두려워서,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스스로를 외면하며 살아갈 뿐이다. 글쓰기는 그 외면을 멈추게 하는 작은 용기다. 펜을 들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 완성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