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무료해질 무렵, 나는 책을 덮고 사색에 빠졌다. 책을 더 많이 읽는 것보다, 어떻게 읽어야 나의 독서가 깊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을 통해 나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 질문의 끝에서 나는 필사를 선택했다.
오늘로 혼자서 필사를 시작한 지 358일이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손으로 문장을 옮겨 적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곧 시련과 고난, 고통 같은 감정들이 몰려왔다.
처음 100일은 습관이 잡히지 않아 눈물이 나기도 했고, 짜증이 짜증을 부르기도 했다. ‘매일 한다’는 단순한 약속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런데 100일이 지나고, 200일을 넘기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필사를 하면서 독서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문장 하나하나에 머무르며 의미를 붙이고, 생각을 얹기 시작했다. 손으로 적는 시간 동안 문장은 내 안으로 스며들었고, 생각은 조금씩 단단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태도였다.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고, 펜을 들고, 묵묵히 써 내려가는 내가 있었다. 이렇게까지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는 나 자신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1년 가까이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나는 자존감을 얻었다.
이제는 어떤 일이 주어져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 자신을 칭찬하는 법을 배웠고, 새로운 시작 앞에서 예전처럼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의 필사는 계속될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늦게나마 이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니, 나는 지적이고 지혜롭게 살아가다 죽고 싶다. 예전의 나라면 이런 삶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책 한 권으로, 어떤 사람은 수백 권의 책을 통해 인생을 다시 얻었다고 말한다. 나 역시 몇 번째 책인지는 모르지만,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으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래서 이제는 말하고 싶다. 책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필사를 통해 나는 지금도 나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다고.
희망을 잃고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 한 문장, 용기를 건네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시작이 바로, 오늘도 조용히 써 내려간 이 한 줄일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반복하는 행위 그 자체가 된다.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_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