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은 언제 받았나요?

by 민쌤

첫 월급은 언제 받았나요?




요즘 친구들을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여행을 말하거나 갖고 싶은 물건을 이야기한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돈을 벌었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이유였다.


청바지 하나.

친구들이 입고 온 브랜드 청바지가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교복 위에 입은 그 바지는 그때의 나에게는 어른의 세계 같은 것이었다. 나도 입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 갔다. 주방에서 일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말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엄마, 청바지 하나만 사주면 안 돼?”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의 등이 너무 바빠 보였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그날 밤 나는 울면서 잠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청바지 하나 때문에 운다는 게 조금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꽤 큰 일이었다.


며칠 동안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길에서 전단지 하나를 봤다. 우유 배달 아르바이트 구함. 그 순간

이거다 싶었다. 가게로 들어가 사장님께 말했다.


“저 일하고 싶어요.”

사장님은 나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너무 어려.”

그때 나는 조금 무모한 말을 했다.


“일주일 동안 돈 안 받아도 돼요.
열심히 할게요.”

아마 그 말이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첫 아르바이트가 시작됐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우유 상자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나는 그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첫 월급을 받았다. 23만 원.


지금 생각하면 작은 돈이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세상이었다. 나는 바로 백화점으로 갔다. 그리고 16만 원짜리 청바지를 샀다. 손에 들고 나오는데 세상이 달라 보였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엄마 아빠의 내복을 샀다. 왜 그걸 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마 마음 한쪽이 조금 미안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첫 월급은 하루 만에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청바지를 생각보다 자주 입지 않았다. 옷을 얻고 나니 마음이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없어 보일까 봐 혼자 겁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친구들은 내 옷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쩌면 나만 신경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돈을 보는 눈도 조금 달라졌다. 돈은 단순히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경험이라는 것을 조금 일찍 배운 셈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꽤 가난한 아이였다. 용돈도 스스로 벌어 써야 했고 갖고 싶은 것도 쉽게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엄마 아빠가 그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야 처음 알게 되셨다. 그 이야기를 듣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조금 놀라고 조금 미안해하던 표정. 하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괜찮다고.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그리고 가끔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월급은 아마 그때 받은 23만 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청바지는 오래 남지 않았지만 그날의 마음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리고 단단한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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