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한다는 말이 어려운 순간

by 민쌤

축하한다는 말이 어려운 순간

누군가의 좋은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축하해.”

아주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기쁨, 응원, 존중, 그리고 상대의 시간을 인정하는 마음까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 말을 쉽게 하지 못할 때가 있다.


멀리 있는 사람의 성공에는 쉽게 “축하해요”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가까운 사람일수록 우리의 삶과 더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왔고, 비슷한 고민을 나누었고, 서로의 속사정을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성취는 단순한 ‘좋은 소식’이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나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아직인데…”
“나는 왜 여기까지 못 왔을까…”

이런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간다. 그 마음이 크지 않더라도, 그 작은 감정이 축하의 말을 조금 늦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마음을 질투라고 말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단순한 감정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비교라는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위치를 확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익숙함이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런 말을 오히려 덜 하게 된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 같고,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말을 빼먹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깨닫게 된다.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축하한다는 말은 상대의 성공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계를 따뜻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그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큰 힘이 되기도 하고, 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작은 선물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조금 빨리 도착하고, 누군가는 조금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모두 자기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쩌면 진짜 성숙한 마음은 남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지는 감정이다.”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축하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이 아직 따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쯤 말해보면 좋겠다.

“축하해.”

짧은 말이지만, 그 한마디가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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