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분명 하루는 24시간인데, 돌아보면 제대로 한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은 날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시간 도둑을 잡아보기’로 했다.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를 한 시간 단위로 기록해 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 시간씩 나누어 적으려니 막막했다. 그동안 나는 시간을 사용하면서도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천천히 오늘 일정을 적어 보았다.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는 집 정리를 하고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라도 책을 펼쳐 자투리 독서를 한다.
10시부터 11시까지는 외출 준비를 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한다.
11시부터 12시까지는 점심을 먹고,
12시부터 1시까지는 가볍게 산책을 한다.
오후에는 비교적 일정이 분명하다.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는 학원에서 수업을 한다.
그리고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는 퇴근하고 정리를 한다.
집에 돌아오면 잠시 숨을 고른다.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필사를 하거나 자투리 독서를 한다.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는 TV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11시 30분쯤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하루를 적어 보니 내 일상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나만의 흐름과 리듬이 있는 하루였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살았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하루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았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하루가 끝나면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집안을 정리하고, 몸을 조금 움직이고, 점심을 먹은 뒤 가볍게 산책을 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숨을 고르는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오후에는 학원 업무에 집중한다.
퇴근 후에는 잠시 쉬었다가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한다. 하루의 끝에서 짧게라도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일과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반복하다 보니 점점 요령이 생겼다. 무엇을 언제 하면 좋은지 알게 되었고, 하루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하루를 보낸다. 루틴이 생기면 삶이 단단해진다. 해야 할 일을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남은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약속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미리 해야 할 일을 해두거나, 약속 이후의 시간을 생각하며 움직인다. 예전처럼 무작정 늦게까지 놀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생각 없이 시간을 쓰기도 했다. 그냥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시간을 쓰는 방식이 결국 삶의 방향을 만든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제는 가능하면 시간을 생각하며 움직인다.
조금 계산하고, 조금 계획하고, 그리고 실행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나의 루틴이 만들어졌다. 거창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의식하며 보내는 것이다.
시간 도둑은 사실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시간을 무심코 흘려보낼 때, 그 순간이 바로 시간 도둑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루를 천천히 기록해 본다. 그리고 다시 내 시간을 되찾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_짐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