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있는가

by 민쌤


애정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있는가



나는 사실 드라마를 찾아서 보는 사람은 아니다. 누군가는 드라마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설레는 시간을 보낸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대신 가끔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은 좋아한다. 그것도 머리를 복잡하게 쓰기보다는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한국 영화를 선호한다. 코믹하거나 액션이 있는 영화처럼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 말이다.


그날도 별다른 기대 없이 가족들과 영화를 보러 갔다. 사람이 많아 붙어 앉을자리가 없었고, 결국 나는 모르는 사람들 틈에 혼자 앉아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 영화는 지금 천만 관객을 넘기게 된 〈왕과 사는 남자〉였다.


그때는 영화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지금처럼 입소문이 퍼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큰 인기를 얻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단지 옛날 사극을 조금은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했고, 가볍게 웃으며 보고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웃음이 섞인 장면들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졌고 결국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극장 안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회색 모자티의 소매는 눈물과 콧물을 닦느라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아이라인이 번져버린 얼굴은 차마 거울로 확인하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영화 속 장면들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 시절에 어떻게 그렇게까지 왕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을까.


권력과 두려움이 가득한 시대 속에서 한 사람을 향한 책임과 의리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나로 인해 가족들이, 심지어 그다음 세대까지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으로 남았다.


만약 영화의 마지막이 모두가 웃는 해피엔딩이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그렇게까지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 어딘가 아프게 남겨진 결말이 더 깊은 울림을 만든다. 그래서 그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위해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는 얼마나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매일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도 수많은 선택을 한다. 작은 선택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만든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의 결과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태도와 마음에서 결정된다. 한 편의 영화가 내게 남긴 것은 눈물보다도 더 깊은 질문이었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나를 위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마음속에 품은 채 또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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