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단순히 몸을 많이 써서 지친 하루라기보다는, 그동안 쌓여 있던 피로와 마음의 무게가 한꺼번에 내려앉은 듯한 날이었다. 사람은 참 신기하다. 몸이 힘든 날보다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훨씬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였을까. 괜히 아무 이유 없이 조용히 술 한잔이 생각났다.
소주를 한잔 마셨다. 쓰디쓴 그 맛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마치 내 안에 쌓여 있던 감정들도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잔, 두 잔. 크게 취하지도 않았지만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그때 문득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계획도 없이 그저 발걸음이 닿는 대로 노래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들어선 그 공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마이크를 잡는 순간 묘하게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한잔의 힘이었을까. 갑자기 녹음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좋아하던 노래 몇 곡을 조용히 불러보고, 그 목소리를 그대로 남겼다.
완벽하지 않은 목소리였고 전문가처럼 잘 부르는 노래도 아니었지만, 그날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내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지도 모른다. 노래를 부르는 그 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만 머물 수 있었다. 그게 참 좋았다.
“음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며,
침묵할 수 없는 것을 말하게 한다.”
_빅토르 위고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다. 이유 없이 지치고, 설명할 수 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날. 그럴 때 우리는 대단한 해결책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한잔의 위로, 한 곡의 노래, 잠깐의 멈춤이면 충분하다. 오늘의 나는 그렇게 버텨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