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멈춰 있는 시간 속을 걷는 사람 같다. 분명 하루는 흘러가고 있는데, 마음만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아침이 오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반복 속에서 문득 멈칫하게 된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걸까.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 모든 시간은 결국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이전에는 바쁘게 사는 것이 답이라고 믿었다. 움직이고, 계획하고, 채워 넣으면 삶은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알 것 같다. 사람은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마음이 멈춰 있으면 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문득 찾아오는 무료함이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아무 이유 없이 허전해지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흔들리는 날들이 있다. 이 감정이 계속되면 내 삶의 방향까지 흐트러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함께 따라온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시간은 망가지고 있는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다시 정렬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늘 확신 속에서만 살아갈 수 없다. 때로는 멈춰 서서 의심하고, 흔들리고, 다시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이 질문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우리를 더 깊어지게 만든다.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시간은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향을 다시 잡고 있는 시간이다.
나무도 겨울에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진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그 시간 덕분에 봄이 왔을 때 더 크게 자랄 수 있다.
나 역시 지금 그런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괜찮다고. 조금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지금의 이 고민과 방황이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고.
삶은 늘 앞으로만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멈춰 서는 용기 속에서 더 분명해진다. 지금 이 시간이 불 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길을 잃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도 분명히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 단지, 조금 천천히 걷고 있을 뿐이다.
“당신이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신이 아직도 길 위에 있다는 증거다.”
— Unkn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