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든 전시 내 인생에는 유난히 ‘실패’라는 이름의 전시가 많다. 가만히 돌아보면, 삶이 조금 안정될 듯하면 어김없이 무너졌고, 겨우 균형을 잡았다고 생각하면 다시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누가 일부러 내 삶을 흔든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잘될 것 같은 순간’마다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때마다 나는 세상을 다 잃은 사람처럼 무너졌다. 한 번의 실패가 아니라, 반복되는 실패였기에 그 무게는 점점 더 깊어졌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조차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사람들은 말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그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솔직히 그 말이 위로가 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공허했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내 삶의 실패는 그런 말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구체적이고, 너무 아픈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옷 장사가 잘되어 가게를 넓혔을 때, 믿었던 건물주는 돈을 들고 사라졌고 내 노력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힘들게 들어간 컴퓨터 회사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부도가 나버렸고 나는 다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갔다. 다시 시작한 온라인 의류 사업은 또 한 번 크게 성공했지만 미수금이 쌓이며 억대의 빚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 나는 첫 아이를 잃었다.
그 이후의 작은 실패들은 이제 기억조차 흐릿하다.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만큼 나는 지쳐갔다. 몸도, 마음도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멈췄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책을 펼쳤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문장 하나를 읽으며 멈추고, 그 문장을 따라 쓰며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갔다.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에 나가고, 배우고, 듣고, 기록하면서 나는 어느 순간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금의 나는 완전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그 수많은 실패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실패는 나를 무너뜨린 사건이 아니라 나를 다시 세운 과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실패 박물관’에
가장 크고 아픈 실패 하나를 전시하려 한다. 그리고 그 옆에 이렇게 적어두고 싶다.
“이 실패 덕분에, 나는 다시 태어났다.”
우리는 종종 실패를 지워야 할 기억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실패는 지워야 할 흔적이 아니라 남겨야 할 기록인지도 모른다. 넘어졌던 자리, 무너졌던 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날들까지 그 모든 것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삶은 늘 꽃길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은 돌길이고, 흙길이며, 가끔은 낭떠러지다. 하지만 그 길을 지나온 사람만이 자신만의 꽃길을 만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실패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 아직 전시 중인 과정이라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당신만의 전시관 한편에 빛나는 작품 하나가 걸릴 것이라고.
“성공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 실패는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할 용기다.”
_윈스턴 처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