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는가

왜 버리지 못하는 걸까

by 민쌤


어릴 적 우리 집엔 물건들이 참 많았다. 아버지는 주변에서 필요해 보이는 물건이 생기면 늘 집으로 가져와 맥가이버처럼 고쳐 쓰곤 하셨다. 마치 만물상 과학자 같았달까.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 역시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버리려고 내다 놓았다가 도 ‘언젠가 또 필요할지도 몰라’ 하며 다시 들여오곤 한다.

특히 추억이 담긴 편지나 일기장, 내가 손수 만들었던 아기 용품들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 고이 모아두었다. 아이가 크고 나면 추억이 될 그 시절의 스케치북 하나, 배냇저고리 하나, 첫 신발, 육아일기까지… 이 모든 것이 아이에게 사랑받고 자랐다는 기억이 되길 바라며, 감사한 마음으로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라지만, 너무 쉽게 버리는 세태 또한 안타깝다. 놀러 가서 무심코 버려지는 일회용품들, 멀쩡한 물건도 한 번 쓰고 버리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쓰인다.

가장 중요한 건 '적당함'이 아닐까. 어떤 물건이든 쓸 수 있을 때까지 소중히 쓰고, 버릴 땐 잘 버리는 것. 그 균형이 필요한 시대다.

생각지 못한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옛 기억들이 떠오르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봐왔으면서도, 시간이 이렇게 흘러 많은 것들이 잊히고 있다는 사실이 야속하고 아쉽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추억의 사진과 일기장을 꺼내어, 지나간 시간을 조용히 되새겨봐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