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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May 03. 2022

신화의 세계, '미궁'을 걷다

이윤기, <그리스 로마 신화>, 웅진지식하우스, 2007



미궁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도 그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어여쁜 공주가 용감한 이웃나라 왕자를 사랑했다. 지혜로운 공주는 괴물을 죽이기 위해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왕자에게 실타래를 몰래 건네준다. 신화의 세계에 등장하는 테세우스 아리아드네 이야기다. 신화(神話) 어떤 신격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전승적인 설화다. 신화, 전설, 민담 등 어느 민족이나 집단에 전승되어오는 이야기들이 있.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읽으며 신화의 세계라는 거대한 미궁 속으로 선뜻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 이윤기 님은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장편소설 <하늘의 문> <내 시대의 초상>, 중단편 소설집으로는 <두물머리> <노래의 날개> 등, 번역서 <장미의 이름> <그리스인 조르바> 등을 펴냈다. 그는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미시건주립대학교 국제대학 및 사회과학대학에서 초빙연구원으로 재직했다. 1998년 10월,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1, 직선과 곡선>으로 제29회 동인문학상을, 2000년 9월 한국번역가상을, 2000년 11월 소설집 <두물머리>로 대산문학상(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총 5권으로 쓰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존의 서구적인 관점에서 탈피해 우리의 정서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풀어냈다. 저자가 직접 신화 유적지와 박물관 등을 돌아다니며 찍은 실제 사진들과 감상을 함께 곁들여 현실감이 느껴진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저자는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독자들을 흡입력 있게 신화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그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와 함께 '미궁'과 같은 신화의 세계로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밟으라고 다. 읽는 내내 독자를 신화 읽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맛보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제1장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




이야기 하나.


신중의 으뜸 신 제우스는 바람둥이다. 헤라 여신의 눈을 피해 갖은 방법으로 바람을 피운다. 제우스는 황소로 둔갑해 에우로페를 등에 태우고 온 유럽 땅을 돌아다닌다. 마침내 크레타 섬에 상륙해 본색을 드러낸 제우스는 버짐나무 밑에서 에우로페와 사랑을 맺는다. 에우로페가 낳은 제우스 아들 크레타 왕국의 미노스 왕이다. 테세우스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아리아드네가 미노스 왕의 딸이다. 미노스 왕은 뒷날 테세우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딸까지 빼앗긴다.

<※ 크레타의 버짐나무는 제우스의 축복을 받고 늘 푸른 나무, 상록수가 된다. ‘유럽(Europe)’이라는 말은 ‘에우로페(Europe)’라는 이름에서 유래한다.>




이야기 둘. 


미노스 왕의 아내 파시파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와 포세이돈 이전에 바다를 다스리던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의 딸이다. 이런 파시파에가 해괴한 증세를 보인다. 지아비인 미노스 왕이 진정한 ‘잃어버린 반쪽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기록엔 없지만 오만방자해진 미노스 왕이 포세이돈에게 황소를 제물로 바치기를 거절하고부터가 아닌가 예측한다.) 포세이돈의 황소가 ‘잃어버린 반쪽이’로 보이기 시작한. 파시파에의 결정적 실수는 당시 크레타에 망명해 있던 희대의 손재주꾼 다이달로스를 이용해 황소와 부적절한 욕정을 불태우려 한 데 있다. 파시파에가 이때 낳은 자식이 미노타우로스(미노스의 소)다. 미노타우로스는 황소 머리와 사람의 몸으로 태어난다. 먹는 것도 사람 고기 아니면 입도 대지 않았다.



이야기 셋.


다이달로스는 일찍이 ‘땅 위의 헤파이스토스’라는 이름을 얻고 있을 정도로 손재주가 좋은 발명가였다. 파시파에의 황소에 대한 욕정을 도와 괴물을 낳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다. 망신살이 뻗친 미노스 왕은 아내가 괴물을 낳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 파시파에를 위해 나무 소를 만들었던 명장 다이달로스를 불러 미궁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만약에 미궁에서 살아 나오는 인간이 있으면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미궁에 가두겠다고 엄포한다. 한번 들어가면 신들도 나오기 어려운 미궁을 만들라고 한다. 미노스 왕의 명을 받들어 다이달로스는 복잡하게 꼬부라지는 복도에 연하여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방이 딸려 있는 미궁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크레타의 ‘미궁’이다. 괴물 미노타우로스는 미궁에 갇힌다.

(※ 부적절한 욕망의 화신 파시파에 이야기는 후일담으로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 이야기,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이야기로 이어진다.)




신화는 미궁이다. 미궁은 그리스 로마인들이 수많은 방들과 통로를 만들어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만든 건물이다. 이렇게 어렵고 모호하게 여겨지던 신화의 세계를 헤매지 않고 탐험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테세우스를 도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나에게도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였다. 신화의 세계에 들어앉은 수많은 방들과 통로 사이사이에 배움과 지혜의 매듭을 엮으며 삶에 연결하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신화의 세계를 재미있게 현실감 있게 탐험하고 싶어 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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