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CGV 영화관에서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최근에 개봉한 양자경 주연의 미국 액션 코미디 영화다. 어드벤처, SF, 코미디, 드라마적인 요소가 뒤섞인 장르 영화다. 제목이전하는 메시지처럼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 존재하는멀티(multi),다중인생이흥미롭다.반면에 여러 장르와 인생의 복합적인 의미가한데버무려져볼거리가많을 수도, 산만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영화다.
주인공 에블린(양자경 역)은 미국에서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 이민자다. 자신이 꿈꾸었던 삶과 달리 현실은 팍팍하기만 한다.다정하면서도소심한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 역)는 삶에 찌든 에블린에게 이혼 서류를 들이민다. 딸 조이(스테파니 수 역)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고 매사에 삐딱하게군다. 결혼을 반대하며 딸을 포기했던 아버지는 나이 들어 에블린의 간병을 받으며 살고 있다. 게다가 세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국세청 직원에게 시달린다.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받으러 가던 어느 날 에블린은 혼돈의 멀티버스를 경험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위기에 처한 가족과 우주 전체를 구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멀티버스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수많은 존재들을한꺼번에 만나게되는데...
아버지, 그때 왜 저를 포기하셨어요?
에블린은 수많은 우주에서 영화배우,셰프, 무술인 등 또 다른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존재를 경험하며 아버지를원망한다.그녀의 원망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이기도하다.아버지가사랑에 빠진 딸을 붙든다고 떠나지 앉을 리 만무하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답답한 마음을 아버지에게토로하는것이다.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메리칸드림을꿈궜지만세월이 흘러 꿈은 퇴색되었다. 만약 그때 에블린의 아버지가그녀를붙들었다면지금보다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그녀의마음을 붙드는,또 다른 우주 속의 영화배우로 성공해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을까?
다 부질없어요.
에블린의 딸 조이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고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여자 친구를 데려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려고 애쓴다. 조이가 또다른 존재의 모습으로 등장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다 부질없어요."라고 에블린에게던지는 말은 그녀의 마음 상태를보여준다. 꿈꿀 나이에 꿈꾸는 것조차 포기해 버린 젊은 세대의 암울한 현실이 전해져 온다.세대 간의 또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다소 식상한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멀티버스라는 소재 속에 새로운 옷을 입는다.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다 경험해볼 수 있다면행복할까? 어떤 순간에, 만약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영화가 끝난 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나온 내 삶을 돌아보았다. 영화에 담긴 희망, 선택, 책임, 성장 등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인생의 의미들을곱씹었다. 삶의 자극이 필요하거나,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을 원하는분들이라면 혼자 봐도 좋을 영화다. 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무난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