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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Nov 30. 2023

3년 전에 꿈꾸었던 '출간 작가'

꿈을 꾼다는 건



"3년 후에 나는 뭐가 되면 좋을까?"

"뭐가 되고 싶은데?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게 있을 거잖아. 브런치 작가?"

"음, 브런치 작가도 되어야지. 궁극적으로는 3년 후에 출간 작가가 되는 거야. 올 한 해는 블로그에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면서 방향성을 잡아보려고. 글쓰기 미션방에서 주제를 주는 대로 힘을 빼고 글을 쓰는 것도 좋은 거 같아. 지속적으로 글을 써나가면 올해 글이 100개 이상은 모아질 거야."

"그 글을 나중에 손을 보면 되겠네?"

"그렇지. 모아놓은 글을 보완해서 일 년 후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연재하는 거야. 그리고 2년 정도 블로그와 브런치를 병행하면서 출간 작가가 되어야지. 내가 출판사에 출간 제안서를 보낼 수도 있고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이 올 수도 있고......."

(2021.2.2 블로그 기록 중에서)




블로그 기록을 뒤적이다가 3년 전에 남편하고 나눈 대화 내용을 읽게 되었다.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꿈에 관한 대화 내용이 오글거리고 부끄러우면서도 꿈을 꾼 대로 현실화된 데에 깜짝 놀랐다. 대화를 나누던 순간은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블로그에 남아 있는 기록이 그때의 마음을 증거 해 주었다. 앨범 속 사진에서 지난 추억을 소환하듯 글 속에 담긴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어 보았다. 희미해진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며 3년 간의 퍼즐조각이 완성되었다.


2021년 2월 2일에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계획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 전 코로나가 삶 깊숙이 스며들었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여백의 시간이 생겼다. '언젠가'로 미뤄두었던 책과 글의 세계에 입문했고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6개월 정도의 워밍업을 끝내고 혼자만의 의지로 글이 쉽지 않다고 생각할 즈음이었다.) SNS 글쓰기 유료 모임을 블로그에서 검색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3년 전이었던 21년 2월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두 번째 달이었다. 매일 진행 리더가 올려주는 미션 주제 글을 써서 블로그에 발행했다. 그날 미션 주제가 '3년 후 나의 모습'이었다.


어느새 2년 10개월이 지났다. 지금의 나는 3년 전에 꿈꾸었던 모습과 얼마나 근접해 있을까? 그해 6월 세 번째 도전 끝에 서평 콘텐츠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서평 글을 써왔고 <옥돌의 서평집> 매거진에 차곡차곡 모았다. 서평 외에도 <일상의 가치> 매거진에 에세이를 발행했다. 그렇게 일상의 루틴을 반복하는 가운데 생각이 생각을 낳으며 보다 심화된 글쓰기로 길을 내주었다.


작년 가을부터 불현듯 마음이 동해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올봄 두 번째 단편소설 초고를 완성했다. 초고가 손에 쥐어지자 생각지 않았던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우연찮게 책 쓰기 프로젝트가 눈에 띄었고 6월에 공저로 단편소설을 출간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경험은 자신감에 주며 또 다른 도전을 부추겼다. 9월에 미니자서전 겸 에세이로 두 번째 공저 글을 썼고 12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미흡하나마 공저 출간 작가의 꿈을 이룬 셈이다.  출판사에서 제안받아 출간을  것은 아니지만, 3년 전에 꿈꾸었던 길을 걷고 있고 그 길 가운데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3년 전에는 '브런치 작가'와 '출간 작가'라는 텅 빈 꿈의 항아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안에 100개가 넘는 각각의 서평 글과 에세이를 담았고, 두 권의 공저 출간 《행복 더블 클릭》 《이제야 쓸 수 있는 이야기》 책을 담았다. 무엇보다도 꿈의 항아리를 계속 채워나갈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글쓰기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인 글쓰기를 계획하고 있다. 나만의 의지와 사람들 속에서 얻는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며 균형감 있는 글쓰기를 도와준다. 과정을 즐기며 결과물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 꿈과 현실의 거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


다시, 3년 후 나의 모습을 꿈꿔본다. 3년 전에 꿈꾸었던 '출간 작가'에 세부항목을 추가해 넣었다. 단편소설 공모 당선, 출판사 제안받아 단독 에세이 출간, 자유기고가로 서평 연재... 꿈의 성취를 위한 3종 세트 글쓰기(서평, 단편소설, 에세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다짐하는 날이다. 앞으로 3년 후, 2026년 11월 말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꿈을 꾼다는 건 텅 빈 꿈의 항아리를 채워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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