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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May 13. 2024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법무사> 5월호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

※ <법무사> 5월호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에 연재한 서평입니다.






https://ebook.kabl.kr/magazine/ebooks/202405/78/index.html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다산북스, 2022)



          

마음이 진정으로 충만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늘 허전해서 누군가로 또는 뭔가로 채워졌으면 하는 공간이 남아돈다, 겉으로 영리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데 집착하느라 현재에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고 산다…,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긍정 에너지도 부정 에너지도 파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의식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숲속의 현자 ‘나티코’는 ‘알아차림’으로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뭔가 부드러운 것에 포근히 기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우리는 그 안에서 더 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뇌리를 스치는 온갖 사소한 생각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알아차림’을 경험하며 20대에 거둔 눈부신 성공을 홀연히 버리고 숲속으로 17년간 수행을 떠났던 그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 속에 유쾌하고 따뜻한 지혜를 전한다.


 

저자는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웨덴의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했다. 스물여섯 살에 역대 최연소 임원이 될 예정이었지만 홀연히 사직서를 내고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했다. ‘나티코(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법명을 받고 파란 눈의 승려가 되어 17년 동안 수행에 매진했다. 경지에 이르렀지만, 마흔여섯에 승복을 벗고 사원을 떠나 세상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전해 영혼의 치유를 도왔다. 그는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급격히 몸의 기능을 잃어가면서도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계속 전했다. 2022년 1월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평화롭게 잠들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저서로 세계의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건넨다.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살면서 이보다 더 도움이 됐던 말은 별로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타고난 초능력을 간과한 채로 살아갑니다. 자기 생각에 의심을 품으며 조금은 거리를 두거나 우스갯거리 삼아 가볍게 접근한다면 자기답게 살아가기가 무한히 쉬워지는데 말이지요.” (59-60쪽)


     

우리는 매 순간 떠오르는 생각 속에 살아간다. 내가 가진 모든 생각이 옳다고 판단하는 순간 갈등과 마찰을 일으킨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생각과 상반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부딪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으로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자기 생각을 의심하며 “조금은 거리를 두거나 우스갯거리 삼아 가볍게 접근”하길 권한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을 우리가 맹목적으로 믿지 않을 때 “자기 내면에 참된 친구이자 소중한 동반자”(60쪽)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자기답게 살아가는 삶이 쉬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타고난 초능력으로 발휘될 수 있는 그의 인생 문장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라는 단순한 가르침이 관계를 치유하는 회복제로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진심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130쪽)  


   

저자는 영국인 ‘아잔 자야사로’ 스님에게 배운 ‘마법의 주문’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이 주문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퍼뜩 떠올리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솔직히 고백하면서도 “일단 떠올리면 언제나 확실한 효과를 발휘”(131쪽)한다고 자신한다. 참으로 단순하고 명쾌한 진실이지만 자신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린다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갈등이 싹터 누군가와 맞서게 되는 순간은 현자도 평범한 사람들도 매 순간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그가 숲속 사원에서 혼자 있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주말도 없이 24시간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공동체에 합류”(91쪽)하게 되었던 것처럼, 관계와 갈등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난다. 그럴 때 진심으로 세 번만 마법의 주문을 되뇐다면 근심이 사라질 거라는 안도가 생긴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문장을 가슴에 품는 마음이 든든해진다.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을 펼치면 멈출 수 없다. 단숨에 읽힌다. 저자가 17년 동안 수행하며 얻은 깨달음이자 초능력이 되어준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는 의미를 곱씹으며 나와 타인의 관계가 깊이 들여다보인다. 그의 중요한 가르침인 ‘내려놓기의 지혜’를 받아들이며 “외로움과 두려움을 부르는 생각들을”(124쪽) 내려놓아 볼 용기가 생긴다. 그가 건네는 마법의 주문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를 세 번 반복하며 생각의 무게를 덜어내는 마법의 효과도 만날 수 있다. 그의 책이 스웨덴 독자를 넘어 세계의 25개국 독자들에게 영혼의 치유 도서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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