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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Oct 16.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 14기 모집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녹턴》



문학이 어떤 생각을 일깨울 수 있다면 필요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문학은 끝나는 것입니다. 문학이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과 감수성을 일깨울 때 그 일깨움 안에 문학의 의미는 존재합니다.

― 가오싱젠의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20, p.59)



https://shdang.kr/programDetail/6Re3SMo2uQHvbWeiH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고, 그 환상적 감각 아래 묻힌 심연을 발굴해 온 작가”

- 2017년 한림원이 밝힌 노벨문학상 수여 사유 중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다섯 살이 되던 1960년에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1982)으로 데뷔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고,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1986)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남아 있는 나날》(1989)을 발표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 밖에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 《나를 보내지 마》(2005) 등 다수의 작품으로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예술문예훈장을 받았으며, 2008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 《남아 있는 나날》은 환상적인 소설이다. 인간성과 계급과 문화를 심도 있게 그리고 가슴 저미게 파고드는 수법이 거의 마술에 가깝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 《남아 있는 나날》은 하나의 승리다... 한 인간의 삶을 눈앞에 보듯 설득력 있게 풀어낸 이 초상에는 독창성, 유머와 부조리가 교차되는 흥미진진함
그리고 궁극적으로 깊은 감동이 담겨 있다.
— <선데이 타임스>



     《남아 있는 나날》은 가시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이자 부커상 수상 작품입니다. 이 책은 대를 이어 집사라는 직업에 헌신해 온 ‘스티븐스’라는 인물을 통해 양차 세계 대전 사이 영국 격변기의 모습과 여행길에서 바라본 1950년대 영국의 사회상을 교차해 보여주는데요. 영국 계급 사회의 상징이었던 ‘위대한 집사’ 스티븐스는 자신이 평생 헌신해 온 달링턴 홀을 새로 인수한 어르신의 호의로 1956년 여름, 생애 첫 여행을 떠납니다. 이 여정에서 그는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임종도 사랑하는 여인도 외면한 채 살아온 외곬 인생을 회고하는데요. 인생의 황혼녘에야 발견한 일과 사랑의 참된 의미와 ‘직업인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단순한 구조 속에 구시대와 신시대의 충돌, 일과 윤리, 위대함과 정직함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1993년에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큰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 ‘품위’는 자신이 몸담은 전문가적 실존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집사의 능력과 결정적인 관계가 있다. 모자라는 집사들은 약간만 화나는 일이 있어도 사적인 실존을 위해 전문가로서의 실존을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 위대한 집사들의 위대함은 자신의 전문 역할 속에서 살되 최선을 다해 사는 능력 때문이다. 그들은 제아무리 놀랍고 무섭고 성가신 외부 사건들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점잖은 신사가 정장을 갖춰 입듯 자신의 프로 정신을 입고 다니며, 악한들이나 환경이 대중의 시선 앞에서 그 옷을 찢어발기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본문, p.61)



     《녹턴》은 음악을 문학 속으로 끌어들여 절묘하게 녹여 낸 작품입니다. 음악이 흐르는, 사랑과 세월에 관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음악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인생에 대한 성찰이 빛을 발합니다. 젊은 시절 한때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었던 이시구로의 정체성이 내밀하게 투영된 이 책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젊은 날의 희망이 차츰 멀어질 때 음악과 인생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이들의 애잔한 삶을 부드럽고 정교하게 그려 냅니다.



     다섯 편 중 <녹턴>을 함께 읽을 예정입니다. 색소포니스트 스티브는 재능은 있지만 외모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내 헬렌은 다른 남자에게 떠났고, 새로운 남자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스티브의 성공을 위해 그의 성형수술과 회복 비용 전체를 부담하겠다고 합니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결국 매니저의 꼬임에 넘어가 수술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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