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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Aug 14. 2021

밥상머리 행복

행복이 별 건가요?


토요일 저녁 야식의 유혹이 슬그머니 뱃살을 간지럽힌다. 뭐가 있나, 그냥 한번 둘러보기만 까? 괜히 충동구매하는 건 아닐까? 두 마음이 주거니 받거니 갈등한다. 그런 중에 손가락은 이미 배달 앱을 클릭하고 있다. 딱히 필요한 게 떠오르지 않아 메인 화면의 B마트 제품을 둘러본다.

'만원 첫 구매 할인쿠폰'. '5천 원 이상 배달 무료'

이건 뭐지? 호기심에 클릭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할인쿠폰을 쓰고 선결제로 순식간에 쇼핑이 끝난다. 이왕 시작한 거, 남편도 아들도 각자의 앱을 열어 야식거리를 사면서 세 식구 총 3만 원의 쿠폰을 알뜰하게 사용한다. 꽤 알뜰한 쇼핑이다. 나름 만족스럽다. 곧이어 배송 문자가 날아온다.  택트(on-tact) 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온라인 쇼핑과 유기농 마켓의 새벽 배송으로 냉장고를 채운다.




어느 날 남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집안 곳곳을 살폈다. 당근 마켓에  중고용품을 찾는다고 했다. 중고용품을 팔아 쏠쏠하게 용돈 벌이 하고 는 직장동료 얘길 하며 들떠 있었다.

"혹시 버릴 게 있으면 나한테 먼저 물어보고 버리도록 해." 

남편이 나와 아들에게 당부했다. 우리 집에는 팔아서 돈이 될 만한 중고용품 없었다. 남편과 달리 나는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는 걸 좋아했다. 남편의 들뜬 마음충족시켜주기 위해 나는 이곳저곳 뒤진 끝에 어렵사리 물건 하나를 찾았다. 혹시 필요할지 몰라 3년 넘게 보관해둔 아들의 미술도구를 꺼내왔다.


남편은 신이 나서 받아 들었다. 깨끗하게 닦은 후 사진을 찍어 당근 마켓에 올렸다. 며칠은 관심 보이는 사람이 없다며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다음날 미술도구를 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두 시간 일찍 조퇴했다. 그런데 퇴근길에 다시 연기되었다며 허탈해했다. 다음날 남편은 미술 선생님을 만나 물건을 건네주고 3만 원을 받아왔다. 당근 마켓 판매에 처음으로(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지만) 성공한 남편은 그 돈으로 한턱을 내겠다고 했다. 아들의 꿈이 담긴 미술도구는 치킨으로 배달되어왔다. 그날 저녁 우리 세 식구는 치킨을  먹으며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들이 방에서 나오며 발을 절뚝거렸다.

"왜 발을 절뚝거려?"

"어제 치킨 먹어서 통풍이 다시 도졌나 봐. 심하진 않은데, 다이어트해야겠어. 엄마가 했던 다이어트 나도 할 수 있어?"

아들은 몇 달 전에 내가 진행했던 다이어트를 궁금해했다. 살이 찔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나이 들어가며 뱃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내장지방 레벨이 높아지면서 만성피로가 심해졌다. 마른 비만 탈출을 위해 나는 2주 내장 해독을 하고 식습관 관리를 하며 활기찬 일상을 회복했다. 아들도 내가 진행했던 대로 따라 해 보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그날 이후 아들은 본격적인 체중 감량에 들어갔다. 식습관이 좋지 않아 마른 비만인 남편도 덩달아 다이어트를 했다. 2주 동안 아들과 남편은 다이어트 식단을 지켜가며 각자가 목표한 체지방 감량에 성공했다. 아들은 주 2회 간헐적 단식을 병행했고, 남편은 아들한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2주 동안 저녁 모임과 회식을 거절했다. 각자의 동기를 가지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면서 성취감도 따라왔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벌써 지난여름의 이야기다. 우리 세 식구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지금도 건강한 먹거리와 식습관에 대해 종종 이야기 나눈다. 건강 대한 관심은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일상의 관심사다. 내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오늘은 뭘 먹을까,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까? 오늘도 새벽 배송 온 유기농 마켓의 식료품을 냉장고에 채워 넣으며 일상의 행복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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