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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Sep 13. 2021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면?

상실감을 극복하며 사는 법



https://youtu.be/moxYK5KXV-4



내가 너를 빚었단다 / 나는 너의 토기장이
 / 내가 너를 만들면서 / 얼마나 기뻐했는지
 / 너의 눈을 만들면서 / 너에게 눈을 못 뗐지
/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 지금도 기억한단다
/ 너의 손을 빚으면서 / 하나하나 세어봤지
/ 이 세상 너 밖엔 없는 / 지문을 넣어주면서
/ 너의 심장을 빚으며 / 호흡을 불어넣어 줬지
/ 너의 첫 심장 소릴 들은 / 그날을 잊을 순 없지 / 너를 다 빚은 그날에 / 누구에게 널 맡길지 / 한참을 돌아본 후에 / 너를 보낼 수 있었지 / 오늘 내가 널 바라보는 / 마음은 어떨 것 같니 / 나는 너를 단 한순간도 / 사랑치 않은 적 없지 / 나는 너를 단 한순간도 / 손에서 놓은 적 없지 / 나는 너를 단 한순간도 / 눈에서 뗀 적도 없지 / 내가 너를 빚었단다 / 나는 너의 토기장이 <토기장이/시와 그림>




태어나고 살아가고 떠나고. 누구에게나 단 한번 주어지는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 쪽대본도 없이 각자가 맡은 배역을 애드리브(ad lib)하며 즉흥적으로 살아낸. 그 여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면 어떻게 상실감을 극복해야 할까? 


'노매드랜드(Nomadland)' 영화 보며 삶과 죽음 사이의 상실감에 대해 생각했다. 주인공 펀은 뜻하지 않게 남편을 병으로 잃고 방황한다. 경제적 붕괴로 직업도 잃고 생활터전도 잃는다. 펀은 작은 밴을 타고 낯선 길 위의 노매드(유목민) 삶을 살게 된다. 그녀에게 가장 슬프고 힘든 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광활한 길 위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치유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 어제는 함께 했고 오늘은 함께 할 수 없는 서글픈 기억이다. 나는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고 자랐다. 내 나이 스물여섯이었을 때 둘째 오빠는 서른셋이었다. 어느 날 새벽이었다. 둘째 오빠는 잠을 자다가 갑자기 심장마비 증상을 보여 구급차에 실려갔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보호자로 따라간 아버지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아버지의 메마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멀리 가버렸다.' 그렇게 둘째 오빠는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둘째 오빠의 장례를 치렀다. 그 길을 오갈 때마다 나는  메마른 표정으로 울음을 삼켰다. 다섯 형제 중에 유독 둘째 오빠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사주풀이를 배운 아버지는 둘째 오빠가 세파에 시달리는 팔자를 타고나서 먼저 떠난 거라고 했다. 둘째 오빠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이일 저일 옮겨 다니며 변변한 직장에 정착하지 못다. 직장 생활하느라 바빴던 나는  살갑게 챙겨주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둘째 오빠가 오토바이 탈 때 쓰던 헬맷을 끌어안고 우셨다.


한때는 '형제자매가 어떻게 돼요'라는 질문을 받는 게 당혹스러웠다. 2남 2녀라고 얘기해야 하는 마음 아려왔다. 시골집 마당에서 자전거를 태워주며 해맑게 웃던 둘째 오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둘째 오빠는 노래를 참 잘했다. 어떤 노래를 잘 불렀는지는 까마득하다. 이제는 둘째 오빠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담담하게 추억한다. 가족, 친구, 지인을  떠나보내는 일에도 담담해지는 나이가 된 까닭일까. 태어난 순서는 있어도 떠나는 순서는 없다고 한다.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삶이 끝나는 어느 날, 우리는 다시 만날 테니까.




삶은 지금 어디쯤 지나고 있을까. 삶의 여정에서 나는 무엇을 얻으며 살아가는 걸까. 유익을 얻는다 한들 세상을 떠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만은. 부질없는 생각들을 붙들었다 놓았다 저울질하며 오늘을 살아낸다. 어제 위에 오늘을 얹고 또 얹으며 삶의 퍼즐 조각을 맞춰간다. 살아있는 자의 상실감과 슬픔 위로 달고 짜고 매콤한 양념이 내려앉아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어간다.




<올 봄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상실감을 느끼는 남편에게 지인이 보내준 위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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