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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Oct 01. 2021

영혼의 양식을 주는 글, 책, 사람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웅진 지식하우스, 2018


"도대체 우리는 왜 글을 써야 하는 거죠?"
나의 대답은 이것이다. 바로 영혼 때문이라고, 마음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은 우리의 고독을 덜어 준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깊고 넓게 확장시킨다. 한마디로 그것은 우리 영혼의 양식이다. 작가들이 예리한 산문과 적확한 진실로 우리의 머리를 흔들어 놓을 때, 나아가 우리 자신이나 인생에 대해 웃음 짓게 만들 때, 우리는 낙천성을 되찾는다. (351-352쪽)



글을 쓰고 읽는 일에 열망을 품고 살아온 지 오래다. 한때는 그 열망을 표출하고 살았고, 한때는 그 열망을 살았다. 그런데 길들여지는 감각이라는 것이 있는 까. 어느 순간부터 손가락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타당 타당,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써 내려가는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느껴졌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을 하고 싶은 영혼의 속삭임이었다. 그 열망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는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웅진 지식하우스, 2018) 읽으며 내 마음의 소리가 선명해졌다.




라모트의 대표작 <쓰기의 감각>은 미국의 수많은 작가 지망생에게 필독서이자 위로와 용기를 북돋는 인생 책이다. 앤 라모트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에서 '대중의 작가'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작가의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환상 따윈 없다. 출간 후의 신데렐라를 기대하며 읽는다면 일말의 여지없이 깨트린다. 하지만 작가의 삶을 사랑하며 치열하게 글을 쓰고 읽는 일을 해내는 그녀의 삶 존경심이 인다.



<쓰기의 감각)에서 작가는 글 쓰는 일에  모든 것을 신랄하고 유머러스하게 낱낱이 털어놓는다. 고통뿐만 아니라 기쁨의 감정을 함께 이야기한. 작가가 된 이후에도 글 쓰는 고통과 기쁨은 여전히 뒤따른다고 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감정인 것이다. 네 번째 책을 출간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세 수입으로 생활이 가능해졌다고 다. 이처럼 적나라하게 모든 경험을 드러내며 글을 쓰는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노하우를 알려준



<쓰기의 감각>은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방법에 대해 아주 쉽게 접근한다. 예를 들어,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점심 도시락에 관해 이야기해보라고 한다. 나 또한 고민하 부분이라, 작가가 제시하는 대로 유년시절의 점심 도시락을 떠올려보았다.  시절엔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소시지랑 계란 프라이가 인기였다. 반면에 김치랑 나물 반찬은 찬밥 신세였다. 당연히 맛있는 반찬에 젓가락이 몰렸다. 남겨진 반찬을 먹는 것은 고역이었다. 몇몇 아이들은 잔머리를 굴려 계란 프라이를 밥 위에 얹어왔다. 그마저도 빼앗기자 도시락 맨 밑에 계란 프라이를 깔고 그 위로 밥을 얹어왔다. 김치랑 나물 반찬을 번갈아 싸오던 아이의 머쓱한 몸짓도 떠오른다. 유년 시절 내면의 기억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었다니 놀랍다.



작가가 등장인물(캐릭터)을 위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허공에 대고 꾸벅 인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전 소설이 대변하듯 책은 작가의 내면을 투영한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내 글을 읽고 불편해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인물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외모나 가족상황, 직업 등을 위장시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하면 된다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마음속에 갖고 있을 법한 고민들을 실제 수업을 듣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글로 .



쓰는 일이 두렵게 느껴질 때,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소설을 쓰고 싶어질 때 등등, 가까운 곳에 두고 언제든 손을 뻗어 도움을 구하고 싶은 책이다. 글을 쓰는 고통뿐만이 아니라 기쁨도 함께 느끼며 글을 쓰고 읽는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도록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이다. 글을 쓰는 일이 누군가와 영혼의 양식을 나누고 고독을 덜어주는 일이라는 데에 위안을 얻게 하는 책이다. 누군가에게 주고 또 주는 일,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인생 책이다.



당신은 주고, 주어도 또 주어야 할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글을 쓰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당신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진실도 꺼내 주어야 하고, 그렇게 주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이며, 주는 행위가 그 자체로 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당신의 작품을 출간하는 일은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주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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