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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Dec 01. 2021

오늘 하루 얼마나 감사했는가

- 걷는 독서 <박노해>


오늘 하루 얼마나 감동했는가.
얼마나 감사했는가.
얼마나 감내했는가.
그리하여 얼마나 더 나아진 내가 되었는가.

                    - 걷는 독서 <박노해>






착불로 택배를 받기로 한 날이다. 집에 없을 때 올까 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요즘 현금 없는 생활을 하고 있어서 택배가 오면 그 자리에서 계좌이체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두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택배 기사분이 낮에 물건만 전해주고는 휴대폰으로 계좌번호를 보내주겠다며 서둘러 가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문자가 오지 않았다. 저녁에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택배 기사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짜고짜 택배비 5천 원을 달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문자가 안 와서 보내지 못했다고 하자, 문자를 보내고 여러 번 연락했는데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는지 아들이 5천 원을 가지고 나와 전해드렸다.


택배 기사분이 돌아가고 난 뒤 내 휴대폰을 확인해보았다. 수신차단 표시된 번호 옆에 걸려온 횟수가 10번 넘게 적혀 있었다. 왜 수신 차단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바쁜 일정 중에 불쾌했을 택배 기사분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불편했다. 고민 끝에 커피와 작은 빵 하나가 세트인 5천 원 기프티콘을 문자로 보내드렸다.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다'는 인사와 함께. 잠시 후 감사하다는 답장이 왔다.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루가 지나고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택배 기사분이 현관문 앞에 박스 두고 가는데 택배 도착 문자가 오지 않는 거였다. 고객센터에 확인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런 채로 내버려 둔 지 오래되었는데 오늘은 택배 도착 문자가  것이다. 수신 차단되어 있던  택배 기사분의 휴대폰 번호였다. 아마도 오래전에 나의 실수로 잘못 눌려 수신 차단된 모양이었다. 다시 택배 문자를 받게 되어 날아갈 듯 기뻤다.


오늘 하루

사소한 일상이지만

감내가 감사가 되고 감동이 되어

아주 조금씩 더 나아진 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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