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커피믹스다.출근하자마자 종이컵에 믹스 한 봉지를 넣고 3분의 1 정도 온수를 넣어 티스푼으로 젓는다. 커피 알갱이가 살살 녹는다. 혀끝에 침이 고인다. 종이컵을 감싼 손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한 모금 꿀꺽 삼키는 순간 혈액을 타고 달달함이 온몸으로 퍼진다. 사는 즐거움이 별건가.
여고시절 자판기 커피믹스에 맛 들인 이후
커피믹스 하루 3 잔은 일상의 기쁨이 되었다. 그 후로 30년 이상 나의 하루를 깨우고 머리 회전을 돕는데 기여했다. 여름에는 2 봉지를 뜨거운 물에 녹인 후 200미리 물을 붓고 얼음 동동 띄워 아이스커피믹스를 마셨다. 달달함에 청량감이 얹어져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다. 그러고 보면하루하루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활력소였다.
그런 내가 커피믹스와 결별한 지 4년이 되어간다.나잇살에 뱃살이 차곡차곡 얹어지면서 전형적인 마른 비만의 체형을 갖춘 나는 생애 최초의 다이어트를 결단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로 끊은 게 커피믹스였다. 그 대신 '아메리카노 연하게' 마시는 걸로 메뉴를 바꿨다. 커피믹스의 커피 알갱이만 타서 마시기도 했다. 두 달 동안 다이어트를 진행하면서 커피믹스를 단호하게 끊어냈다. 그 대신 맛을 못 느껴 마시지 않았던 원두커피를 입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어느 날 마실 게 마땅치 않아 커피믹스를한 모금 삼켰는데 맛이없는 데다 비위에 거슬렸다. 아깝지만 남은 커피를 버리고 말았다. 내 몸에서 커피믹스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그 순간 깨달았다. 그날을 계기로 커피믹스와 함께 한30년 하루 3잔 동고동락은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카페인에 약하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모든 종류의 커피가 몸에서 안 받는다. 요즘 커피 안 마신 지 여러 날이 지났다. 오늘따라 커피숍에 갈 일이 두 번이나 생겨서 고민에 빠진다. 커피가 뭐길래,커피 향이 너무 향기롭다. 연한 라떼 한잔 마셔볼까? 그윽한 향기가 나를 유혹한다. 에잇, 30년 동고동락했던 커피믹스도 끊었는데참아보자. 뭘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블루베리 요거트 드링크'와 복숭아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음,맛있다. 하지만 절반만 마셨다. 커피가 없어도 살만하다. 하지만 조금졸리다. 나른하다. 그러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