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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Sep 21. 2016

무서운 나폴리? NO!

누가 나폴리를 무서운 도시로 만들어 버렸는가? 로마에서 남부 투어를 할 때는 나폴리를 가지 않는다.


"나폴리 여행하던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신부분이 역 앞에서 귀걸이를 소매치기당했데요,

  남편분과 격렬히 저항했는데 그냥 귀를 뜯어버렸다네요.."

남부로 갈 때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하던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어떻게 나폴리를 갈 수 있겠는가.


여하튼 난 나폴리를 가게 되었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바리에서 나폴리로 가는 고속기 차 안, 조용하다. 사람도 적고 내가 너무 겁을 먹었던 것은 아닌가.

고속열차로 직행이 없어 완행열차로 갈아탔다. 웬 흑인들? 게다가 무임승차에 걸려 벌금을 내며 실랑이를 벌인다. 몸에는 무시무시한 문신을 한 사람들이 껄렁껄렁 의자에 발을 올리며 앉아있다.

내가 본 나폴리의 첫 모습이었다.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나폴리 중앙역은 굉장히 컸다. 로마의 떼르미니 역보다 크고 깨끗했다. 지하철로 가는 길 쇼핑할 만한 곳들도 눈에 띄었다. 그냥 안 좋은 도시라서 역도 후졌을(?)것이라는 내 판단 미스였다.

지하철은 매우 깊이 내려가야 했다. 이렇게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번을 내려가서 간신히 만난 지하철.

그런데 가는 방향이 너무 안되어 있어서 여행 초보자들에겐 굉장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한참을 고민.. 하고 헤매고..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여느 도시와 다름이 없는 모습.

의외로 한국인들도 굉장히 많이 보여서 괜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나폴리에 오게 된 목적은 시간이 남아서도 있지만 카프리섬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 말로만 듣던 카프리섬을. 아말피 코스트를 달리며 멀리서 동경해야만 했던 그곳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기에 나폴리 여행을 선택했었다. 숙소에 짐을 푸니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성수기였던지라 배표를 구하기 힘들단 이야기를 들어 곧바로 항구로 향했다.

Molo Beverello, 2, 80133 Napoli, 이탈리아

처음 가면 은근히 헷갈릴 수 있다. 나도 한참을 헤매었고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면 한 번에 찾을 수 있다.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북적북적 티켓을 끊고 있었다.

제일 유명하다는 SNAV 페리를 타고 가기로 했다. 침착하게 줄을 서서.. 하염없는 웨이팅.

내 차례가 다가와 안을 보니 티켓 판매원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하.. 애증의 이탈리아.


"내일 티켓을 지금 구매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NO" 대화가 끝났다. 줄 서서 머릿속으로 한참을 작문을 해서 뱉어냈는데..

다급한 마음에 옆라인으로 가서 물어봤다. 또 날 쳐다본다. 그러고는 턱을 들어 꺼지라는 표시를 한다.

그래 애증의 이탈리아. 맘이 급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내일 것을 예약할 수 있었다.

카프리 직행으로 시간이 없었으므로 그렇게 오래 있진 못했다. 41.5유로.. 6만 원에 육박하는 돈이다. 

비싼데.. 밥은 5유로짜리 먹으면서 이 무슨.. 과감히 카드로 결제를 마치고 이티켓을 받았다. 숙소에 오니

너무 나른하고 외로워 맥주를 친구 삼아 데리고 왔다.

페로니와 안주는 또오해영

드라마를 틀어놓은 채 잠이 들었다. 드라마는 혼자서 종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티켓을 당당히 챙겨 다시 항구로 향했다. 이때까지는 아무것도 몰랐다...


배 타는 곳은 매표소 뒤에 있었다. 배마다 시간이 적혀 있고 거기에 맞춰 타면 된다. 9시 10분 출발이었지만 아침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확인해야 했으므로 8시쯤 나갔다. 그렇게 사람은 많진 않았고 검표원에서 내 이티켓을 보여주니 창구로 가서 티켓으로 바꿔오란다. 그래 까짓 껏 시간도 많고

티켓 판매원에게 내가 인터넷으로 끊었으니 티켓을 바꿔달라고 말했다. 이티켓을 보더니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여기로 전화를 하란다. 이 무슨???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내가 한국 전화기인데 유심을 바꿔서 전화가 안되니 전화를 걸어주세요.. 그리고 왜 이 티켓인데 여기서 교환이 안 되나요??..." 인상을 쓰더니 꺼지란다..

다시 옆 창구. 대화하고 있는 도중 그 사람이 오더니 전화하라고!!! 성질을 내며.. 전화가 안된다고!!!


다시 배 앞 검표원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차저차.. 물끄러미.. 


 " 전화해 그러면"

" 전화가 안된다고!!! 유심이 전화가 안 되는 유심이라고!!"

" 안녕 ~ 내상관할 게 아니네~"

가버렸다. 웃으며 떠나는 그의 등 뒤에 시원하게 한국말로 욕을 했다. 몇몇 한국인이 날 쳐다본다.


망연자실.. 20유로만 돼도 바닷물에 집어던지고 안 갈 텐데 거의 50유로.. 이대로 날릴 순 없다.

배 앞에 그냥 무작정 가서 티켓을 보여주니  "저~~ 기 보이지? 티켓 오피스. 가서 바꿔와."


"10번은 더 갔다 왔고, 전화를 하라는데 나는 전화가 안되고, 나는 배를 타야겠다."

성질난 내 모습을 본 젊은 직원이 날 사무실로 데리고 가준다. 사무실은 티켓 판매소 뒷문이다.

티켓 오피스 직원이 날 반겨준다. "꺼지라는데 또 왔네? " 이탈리아 말인데 분명 이런 말의 어투였다.


살짝 무시하고, 젊은 직원에게 설명하니 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해준다. 아.. 천사인가

이런. 전화는 신호음만 울리고 받지 않는다. 설령 내가 핸드폰이 됬어도 날려 적은 그 번호로 전화도 걸 수도 없었을 것. 그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그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미안해, 하지만 나중에 배로 다시 오면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어"

젊은 친구를 믿어보자. 실랑이를 하다 보니 배 탑승시간이 되어 사람들이 탑승을 한다. 내 돈을 주고도 나는 무임승차를 해야 하는 상황. 억울함이 밀려오지만 더 이상 나에겐 희망은 없었다.

다 타고 혼자 배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젊은 친구가 주변 직원들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내가 티켓을 보여주니 "티켓 판매소 보이지? 저기로 가봐" 진심으로 주먹이 날아갈 뻔했다.


다시 또 같은 상황 설명.. 이번엔? 쿨하게 타란다. 대신 돌아올 땐 자기가 없으니 네가 알아서 잘해 결해보란다.

안되면 나는 그냥 카프리섬에 살란다. 배에 올라타니 늦게탄 덕에 자리는 거의 없었다.

복도 측 자리가 남아 앉아 있으니 창가 쪽 노인분이 날 본다. 왜?? 굉장히 날카로워져 있어서 괜히 거슬렸다.

할머니 한분이 할아버지를 부른다. 이탈리아어였지만 "위에 자리 잡아놨으니 어여와 이 할배야!!" 라고 

한국말로 들린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FOR YOU"라는 말과 미소를 남기고 할머니를 쫓아갔다.


그래.. 내가 아침에 한 보상이다. 이 창가 자리는.. 정말 곧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창가 자리가 창문이 크다거나 이런 건 전혀 없었고 밖도 잘 보이지 않다. 그냥 조그만 창문으로 물이 튀는 게 보일뿐. 그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얼마쯤 갔을까 사람들이 우르르 내릴 준비를 한다. 나도 마음을 다 잡았다. 내 기필코 티켓을 구하리.


내가 발을 들인 카프리는 작은 어촌마을 같았다. 휴양지보다는 관광지에 가까운. 어머어머 한 인파.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내가 기대한 건 이건 아닌데.. 선착장을 빠져나와 왼쪽에 티켓 오피스가 있다.

SNAV 회사에 14:50분 나폴리로 가는 배가 8번 플랫폼에 온다고 되어있다. 그래 나는 저걸 타야 해..

기다리고 있는데 새치기의 연속.. 나도 바쁘다고.. 한참을 기다려 티켓 판매원을 마주했다.

긴장되는 순간. 이 이티켓을 보여줬다. 아무 말 없이. "OK, JUST 1 MINITO"

뭐지? 자기가 전화를 건다. 1분가량을 통화하더니 티켓이 쭈욱 나온다. 상황 종료

티켓사진 이런 거 잘 안 찍는데 개인 소장용으로 바다에 앉아서 한 장 찍었다. 이걸 받으려고 얼마나...

나만 이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장 구매를 추천하고 싶다 정말로!


티켓을 받고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 위해 인포메이션을 찾았다. 친절한 직원. 일이 순조롭다.

아까 그 티켓 바로 옆에서 버스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상단에 적혀 있는 푸니쿨라 어쩌고.. 푸니쿨라라면 이게 맞겠다 싶어 줄을 서고 물어보니 맞단다. 티켓을 구매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난 당연히 카프리섬은 여유롭고 쉬엄쉬엄.. 이럴 줄 알았는데 내 큰 착오였다.

30분을 기다려도 줄은 줄지 않는다. 왜? 버스 배차가 너무 길다.. 바로 위에 오토바이 대여소가 보였다.

그래 오토바이를 타고 한 바퀴를 돌아보자!

줄 서 있는데 앞에 여자가 계속 웃는다. 날 보며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봐서 조금이라고 대답하니

저 이탈리아 아저씨 발음 보라며.. 특유의 이탈리아인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배를 잡고 웃는다. 같이 웃어는 줬지만 내 발음을 봐도 저렇게 할까 싶어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직원이 오더니 앞 여자에게 몇 명이냐고 묻는다. 2명. 나에게 그러면 넌? 1명.

미안한데 내 앞이 마지막. 다음 오토바이가 오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단다. 아... 스트레스!!

밑으로 가면 다른 샾이 있으니 거기에 가보라고. 지금은 대안이 없다. 갔더니 또 내 앞에서 잘렸다.


티켓 오피스로 달려가 빠른 티켓으로 바꿔달라고 하고 싶었다. 더 이상 티켓은 꼴도 보기 싫어 마지막으로 남은 샾을 찾아갔다. 다행히 탈 수 있단다. 한국 면허증을 맡기고 오토바이를 빌렸다. 2시간에 30유로.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다. 받은 지도를 가지고 속력을 높였다. 위에서 카프리섬을 내려다볼 수 만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믿어 산으로 산으로 내달렸다.

그래. 사진 속에서만 보던 이 모습.. 하지만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해야 했다는.. 관광객에 밀리고 치이고 간신히 두장의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아침도 못 먹고 나온지라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오토바이는 한시간만 타고 반납해버리고 해안가의 식당으로 갔다.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 15~20유로 정도.

씨푸드 스파게티와 토마토 샐러드를 시켰다. 토마토 샐러드를 보고.. 아.. 그래도 소금을 쳤는지 맛이 있었다.

한 그릇 뚝딱하고 매표소 옆 해변가로 향했다. 다들 수영과 선텐을 즐기고 있었고 나는 선글라스를 꼈다.

시선의 자유로움을 얻고 있을 무렵, 한국인 단체가 해안가로 들어왔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는 바람에 선탠을 즐기던 사람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찍는 사람들.. 조금 아쉬운 모습이었다.


표가 있기 때문에 룰루랄라 다시 배를 타고 나폴리로 향했다. 나폴리에서 유명한 곳은 고고학 박물관이다. 폼페이에서 꼭 가보리가 다짐했다. 일단 쫌 더 편하게 나폴리를 둘러보기 위해 투어버스를 타러 갔다.

한국어 가이드가 없는 게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탈만했다. 가격은 18유로. 

A코스를 타면 나폴리 시내를 돈다. B코스는 해안도로. A코스를 타고 다시 돌아와 B코스까지 타면 나폴리를 한 번에 다 보기 때문에 강력추천!

이층에 자리 잡고 앉으니 눈앞에 누오보 성이 보인다. 지하철도 어렵고 치안도 좋지 않다고 했기에 한 선택.

바람도 살살 불고 아주 좋았다.

고고학 박물관의 정면. 위엄이 느껴진다.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나폴리를 느꼈다. 뼛속 깊이까지 느낄 수는 없었다. 겁이 났던 것은 아니고..

숙소에 잠깐 들리러 가는 길. 가르발디 광장 주변이지만 골목골목은 조금 낙후되어 있다. 아니 이들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밤에는 골목에서 자꾸 불러서 깜짝깜짝 놀랐던 기억이..

저녁을 먹으로 근처 식당으로 가니 줄을 한가득 서있다. 알고 보니 트립어드바이저 1 위집!

난 절대 줄 서서 식사는 못하는 성격이므로 근처 식당에 가서 주문을 했다. 오징어튀김과 스테이크.

가격이 너무 싸다. 두 개 시키고 맥주 한잔까지 했는데 채 20유로가 되지 않았다. 과연!

오징어는 그릴에 구워져서 나왔고 반갑네.. 삼겹살.. 또 만났다. 여기는 이게 스테이크..???

풀에서 흙내음이 났다. 끝까지 날 괴롭히는 나폴리.. 

다음날은 숙소에서 또오해영의 애청자가 되었다. 그렇게 해준 나폴리였다.


나폴리는 무섭지 않다. 험상궂은 택시기사님은 팁을 받자 하얀 이를 보여줬었고, 문신 가득한 웨이터는 음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줬고, 골목에 떡하니 지키고 있던 덩치 큰 남자는 길 잃은 날 도와줬다.


물론 다소 불 친절한 건 있었지만 나의 색안경에 비친 그들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다시 간다면 나는 이탈리아어를 더 준비해서 가고 티켓은 현지에서 끊으며 지하철을 타고 그곳을 누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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