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투니,폴리나노 아마레
바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전날 많이 걸었던 탓인지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오늘 가는 곳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 여독을 조금 더 풀고 출발을 했다. 이탈리아 남쪽에는 LECCE라고 하는 도시가 유명하다. 바리에서 레체로 가는 기차는 꽤 많았고 어플로 시간과 역을 확인할 수가 있어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시간을 계산했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계산하다 보니 잠이 들어 조금 늦게 출발하고 말았다.
오스투니는 백색의 도시로 유명하다. 오스투니에서는 정말 한국인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역에 가서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려고만 생각했다. 아.. 인포메이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간이 역수 준.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여행객이라 모른단다.
버스기사를 찾아가 물어보니 영어를 못한단다. 아... 포기할 수도 없고.. 하는 찰나 그냥 내가 되는대로 개척하자 안되면 걸어서 가던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오스투니 마을로 가는 방법
1. 오스투니 역 앞에 버스가 있다. 기사에게 "CITY?"라고 물으면 지금 타라고 하거나 다음 껄 타라고 한다.
2. 표는 기사에게 사는 게 아니고 역에 딸려있는 바에서 사야 한다. 마을로 가면 구하기 힘드니 왕복 티켓을 구매!
3.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마을로 올라간다.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거리. 버스기사가 내리라고 하고 우르르 하차.
힘들게 도착을 했다. 정말 온 동네가 하얀색이다.
기사에게 내려올 땐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또 윙크다. 이 거참... 또 개척의 길. 내려가는 표시가 되어있고 시간표가 적혀있다. 그래 그 시간에 맞춰 와서 타고 가면 되겠지.라고 걸어다가 보니 또 정류장이 보인다. 같은 시간이 적혀있다. 더 올라가다 보니 또 같은 시간이다. 이 무슨.. 일단 될 대로 돼라!!
하얀 마을을 즐길 겨를이 없었다. 즐길겨를 없었지만 시선을 빼앗는 마을임에는 틀림없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있는 게 보였다. 공원으로 가는 표시가 되어있다. 공원에서 조금 쉴 필요가 있었고 공원으로 가는 길에 또 하나의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벼룩시장.
물어보니 주말마다 열린다고 한다. 정말 예쁜 것도 있었고 이런 걸 누 가사?라고 느끼는 것도 있었다. 금액은 비싸지 않았지만 과연 들고 가서 어디에 쓸 것인가 또 어떻게 들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쭈뼛쭈뼛 구경하고 있는 동양인을 발견한 상점 주인은 큰 전축을 틀어준다. 그러고는 미소. 이탈리아다. 엄지손가락으로 답해주고 공원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나와서 놀고 있다. 대부분 엄마들은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아빠가 놀아준다. 유모차등도 대부분 아빠가 끈다. 보고 배울 점이 많은 곳이다. 싱그러운 햇살과 풀냄새, 도란도란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빠져 들 때쯤 내려갈 시간이 다가온다. 그냥 걷다 보니 또 무슨 광장이 나온다. 아.. 여기가 여행의 시작점이구나.. 인포메이션도 보인다.
*Piazza della Libertà, 72017 Ostuni BR, 이탈리아 (처음 가는 사람은 이곳을 찍고 가길)
*광장이고 그 주변으로 상점가, 인포메이션, 식당이 즐비하다.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내려가고 싶다고 하니 주소를 준다. 시간은? 아까 그 시간이다. 무슨 모든 정류장이 다 그 시간이다. 일단 믿어보기로 하고 정류장으로 향한다.
Corso Vittorio Emanuele II, 93, Ostuni BR, 이탈리아 / 주소를 따라가면 경찰서가 나오고 그 옆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다. 1시간째 버스가 오지 않는단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있으니 뭔가 안심된다. 그 후로 30분을 더 기다려 겨우 버스를 탔다. 배차시간을 잘 지키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애를 먹었다. 버스를 타면 역 앞으로 데려다준다. 아까 사둔 왕복 티켓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기차역으로 와서 바리행을 타고 폴리나노 아마레로 향했다. 수영을 좋아해서 수영하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혼자서 할 수는 있지만 내 짐을 지켜줄 용기가 나지 않았으므로 구경만 하러 떠났다.
역 앞에 나가니 지도가 있다. 구시가지까지는 5~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작은 동네지만 유명한 휴양지라서 사람들이 많다. 거리에는 즐거운 음악소리가 넘쳐흐르고 사람들은 활기차 보였다.
밤에 오면 이 조명들이 다 켜진다고 한다. 여름에는 관광객도 많고 축제도 많기 때문에 즐기기에 충분해 보였다. 즐기기에 앞서 배가 너무 고파서 식당으로 향했다. 바다 동네 왔으니 메뉴는 당연히 SEAFOOD로.
음식이 정갈하다. 뽀꼬쌀레!를 외치면 짜지 않게 해준다. 간도 적당하고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웠다. 한 그릇 더할까 하는 유혹은 지갑을 보자마자 사라졌고 다시 구경하러 발길을 돌렸다.
전망대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물이 정말 맑다. 파도에 의해 해안동굴들이 많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마음.. 다음에는 꼭 뛰어들리라. 웬만한 관광지용 바다에서는 어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 특유의 냄새 말고는 비린내는 나지 않는다.
날씨도 좋고 햇살은 바다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내가 사는 곳과 닮아 또 향수병이 치고 올라온다. 바람도 적당하고 햇살도 적당할 때 향수병은 목 끝까지 차오른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으로 걸어가니 호스트가 보여준 곳이 나온다.
다들 파도에 몸을 맡기고 많은 사람들이 선텐을 하고 있다. 파도가 꽤 거칠지만 서양사람들은 수영을 잘한다. 수영을 못하는 서양사람은 못 본 것 같다. 나중에 서양 친구에게 들어보니 어릴 때 필수과목으로 수영이 있다고.. 부러웠다.
이 곳에 서서 내려갈까 말까를 30분간 고민했다. 결국은 용기를 내지 못했고 또 하나의 내 버킷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엔 여기 숙소를 잡고 3일 정도 쉬어야겠다를 내 공책에도 적어뒀다. 그렇게 나는 다시 바리로 돌아왔다.
바리여행을 계획하며 참 많이 들떴었다. 정보가 취약하다는 점이 날 들뜨게 했다. 왠지 오지에 가는 느낌이었고 해냈을 때 그런 뿌듯함이 미리 다가와있었다. 이제는 이탈리아 하면 로마보다는 바리가 먼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