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벨로,카스텔로나 디 그로떼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초행길은 일찍 가는 게 좋다. 에어비엔비를 쓰다 보니 아침을 먹기가 조금 힘들었다.
버스정류장 앞에 나가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탈리아 커피집. 전형적인 이탈리아 식이다.
에스프레소 한잔에 샌드위치 하나를 시킨다. 가격이 싸길래 놀랬는데 샌드위치는 한입도 안된다. 일단 대충만 배를 채우고 기차역으로 걸어갔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정보를 얻으려니 답이 없다.. 블로그를 뒤져봐도 정확한 정보가 없다. 해결해나가야지.. 영어도 못하는 곳에서.. 일단 해보자.
오늘 일정은 알베르벨로(Alberobello) - 카스텔로나 그로떼 (Grotte di Castellana)를 가기로 했다.
어제 가르쳐 준 폴리나노 아 마레는 아껴두기로 했다.
알베르벨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스머프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렌트를 해서 가거나 단체여행을 통해 이동을 하는지 정보가 없었다. 트랜이탈리아 어플에서도 시간은 나오지 않는다.
역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물어보니 반대쪽으로 가라고 한다. 아.. 근교 가는 기차는 또 따로 있다.
이렇게 생긴 티켓 오피스가 있다. 유레일 패스를 보여주니 이건 사용 못한단다. 그러면 왕복 티켓 달라고..
그리고 타임테이블도 달라고.. 티켓은 집어던져서 주고 타임테이블은 뒤에 있단다. 아 맞다 이탈리아다.
9.8유로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 타란토(tranto)로 가는 열차를 타고 알베르벨로를 먼저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있는 카스텔로나는 돌아오면서 가기로 했다. 내 여행 철칙! 먼 곳을 무조건 먼저 간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떠날 수 있도록 모든 루트를 준비해둔다. 그렇게 기차가 자주 있는 건 아니라서, 특히 이날은 주말이라 더욱더 배차간격이 컸다. 역 앞에서 외투 하나 사고 샌드위치를 하나 더 먹고 출발을 했다.
*바리에서 알베르벨로 가는 법 정리
1. 기차역 메인이 아니라 메인에서 반대쪽 est 방향으로 가야 한다.
2. 유레일패스는 먹히지 않고 새로 표를 끊어 펀칭을 하고 타야 한다. (9.8유로 알베르벨로 왕복)
3. 기차 내에는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광판도 없다. 타임테이블에 의존해 계산을 하며 다녀야 한다.
4. 가는 길에 점점 스머프 집들이 보이면 다 도착해 간다는 뜻.
그렇게 알베르벨로에 도착을 했다. 알베르벨로 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명성에 비해 크지 않다. 역에서 나와서 그냥 계속 직진하면 된다. 나는 스머프 집보다는 왠지 꼬마 트롤이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나라의 혹은 그 도시의 전통가옥들은 늘 신기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쌓았나 싶기도 하고 아직도 그때 형태의 가옥을 유지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트롤로라고 불리는데 전쟁과 세금 문제 때문에 이런 형태를 띠게 되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석회암으로 만들어져 있어 저런 색깔을 띠고 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광장이 나오고 그쪽으로 트롤로가 모여 있는 트롤리 지역이 나온다.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내가 본 기념품들 중 가장 예뻤다. 사 올까 하다가 관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사 오진 않았지만 가게 된다면 꼭 하나 사라고 추천하고 싶다. 광장 근처의 집들은 제각각 카페나 레스토랑 잡화점으로 꾸며져 있었고 조금 더 올라가니 다시 주거지가 나왔다. 내 동네가 관광객들로 넘쳐 난다고 생각하니 그리 반갑지 많은 않았다. 다시 기차역으로 와서 카스텔로나로 향했다. 중요한 것은 카스텔로나는 다 거쳐서 바리로 향하지만 카스텔로나 디 그로떼 역은 시간마다 가는 기차가 있고 안 가는 기차가 있다. 유적지는 카스텔로나 역이 아닌 카스텔로나 디 그로떼 역이다. 하는 수 없이 카스텔로나 역으로 가니 바로 앞에 버스가 한대 기다리고 있었다.
'Can you speak english?' 'a little' 늘 그 질문에 그대 답이다. 한 번도 예스라고 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곳이다. 나는 그에 'me too, Gracias' 라고 대답하고 서로 손짓 발짓을 시작한다. 여하튼 이 버스는 마을을 돌아 돌아 그로떼로 가는 버스. 걸어서 가면 2km 거리라고 한다.
그렇게 전용버스 아닌 전용버스를 타고 그로떼도 향했다. 온 골목골목을 헤집고 20분 정도를 달리더니 여기서 내리라고 한다. 돌아올 때 버스 시간표가 있냐고 물으니 윙크를 날려준다. 우리의 영어실력은 'a little' 이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니 큰 간판이 나온다. 그로떼는 동굴지역인데 생각한 것보다 시스템도 잘되어 있었고 관광객도 많았다.
티켓까지 살 줄이야.. 그냥 동굴 시원한데 앉아서 잠깐 구경하다 오는 줄 알았는데.. 한참을 기다려서 티켓을 끊었다. 의외로 중국인들이 많았다. 관광버스를 타고 왔는지 무더기의 중국인들이 보였다. 한참을 기다려서 티켓팅을 하려고 하니 이탈리아어와 영어가이드가 있다고 한다.
시간대도 딱딱 정해져 있고 생각보다 너무 체계적이라 조금 놀랐다. 피곤했던 터라 short tour를 받고 싶었지만 시간대가 걸려 long tour로 신청을 했다. 결론적으론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관람은 불가능했으며 전문 인솔자의 안내를 따라다녀야만 하는 구조였다.
외국인들 사이에 우물쭈물하며 가장 뒤에 따라 섰다. 영어로 가이드를 했기 때문에 한 문장에서 한 단어만 찾아 내자라고 다짐하며 귀를 기울였다. 조심해라, 누가 만들었다, 사진 찍으면 안 된다 등등 말만 들렸다.
사진상으로는 크게 안 보이지만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굴이었다. 어릴 적 갔던 고수동굴 등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내부에서는 사진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설명을 들으며 보니 돈 낸 보람도 있었고 꼭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락 공연이 있는 듯했다. 보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어.. 다시 입구로 가니 주차요원이 있다. 이탈리아 사람. 둘이 열심히 바디랭귀지를 나누다가 결론은 하이파이브하고 그냥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타임테이블에 남은 시간은 40분.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겠지 하고 그냥 걸어갔다. 가면서 지나가는 차들에 애잔한 눈빛을 보냈지만 통하진 않았고 그렇게 가고 있는데 차가 한대 멈춘다. 아까 그 버스기사 아저씨다. 탈래? 쿨한 질문에 안 탈래!라고 답한다. 왜냐 1분 거리에 역이 있었으니..
다시 기차를 타고 바리로 돌아왔다. 기차 시간을 맞추느라 돌아오니 또 해가 넘어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마트를 들러 물을 사는데 점원의 대답에 'YES'가 안 나오고 'Si,Si' 라고 답한다.
이탈리아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