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이별을 고하고 일주일간 시간이 생겼다. 어디로 갈지 고민이 된다.
크로아티아로 가볼까? 비행기표가 50만 원에 육박한다. 북유럽으로 가볼까? 비행기 값은 제쳐두고 지갑 사정이 북유럽으로 날 이끌지 못한다. 바르샤바 쪽으로 가볼까?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문득 생각이 난다. 그냥 바닷가로 가서 쉬자. 해변가에 누워서 책도 읽고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탈리아 쪽을 알아보던 중 바리(Bari)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그전에 문득 들은 적 있지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던 곳이었다. 기차표를 끊고 바리로 향했다.
로마에서는 고속열차로 3시간 남짓 걸렸다. 가는 길이 예쁘다. 자다 깨고를 반복하니 바리에 도착한다.
이탈리아 남부에 간다고 민소매 티까지 구매했지만 역을 나오니 꽤 춥다. 미리 예약한 에어비엔비 숙소를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목적지를 듣자마자 기본료가 10유로다. 아.. 그래 이탈리아였지..
왜 그런 건지 물어보니 10 유로면 그냥 끝이란다. 그래도 그렇지.. 길도 모르는데.. 가다 보니 10유로 안쪽으로 가기엔 불가능한 거리였다. 그래 이탈리아. 도착한 숙소 앞에서 호스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은 게으르다던데.. 피곤이 몰려온다. 짧은 영어로 '플리즈..'만 반복했다.
전화가 걸려와 중요한 미팅이 있었다며 엄마가 대신 마중 나온단다. 그렇게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바리는 이탈리아에서 꽤 큰 도시다. 항구도시로서 유명하다.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을 갈 때 이 곳을 거친다. 바리는 신시가지 구시가지가 잘 나눠져 있다.
이런 길을 지나갈 때 왠지 겁이 났다. 불량배들이 꽤 많이 보였다. 지나가다 시비도 거는 애들도 있었다. 그러려니.. 나는 내 갈 길 간다. 따라오면서 괴롭히길래 멈춰 서서 한국말로 욕을 했다. 놀라는 눈치.. 우리말은 강하다.
20분가량을 걸어 신시가지에 도착을 했다. 역 근처에 쇼핑할 곳 등이 잘 모여 있었다.
구시가지 입구의 모습. 한블럭 차이로 완전히 딴 세상이다. 한걸음으로 몇 세기를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다. 그냥 발길이 이끄는 대로 다니다가(길이 어렵진 않다) 건물을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바닷가로 나갔다. 해변가를 기대했지만 부둣가 같은 느낌이었다. 해안산책로라고 하는 게 더 맞을까?
노을이 지고 있는데 발목이 잡힌 듯 걷지를 못했다. 한참을 앉아 있었고 춥고 배고픈지도 몰랐다. 한국에도 다 있는데 왜 멀리 나와서 보면 다르게 느껴질까. 그리고 내가 사는 곳과 비슷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릴 때 방파제 사이를 뛰어다니며 물가에서 게를 잡고 놀았는데.. 생각하다 보니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구시가지로 들어가서 돈을 쫌 쓸 생각이었다. 이 기분으로는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와인 한잔 하고 싶었다.
밤에 되니 젊은이들이 구시가 광장에 나와서 놀고 있다. 일단 배가 고파 식당을 찾는데 분위기 좋은 식당은 전부다 웨이팅이다. 하는 수 없이 그냥 골목 식당에 들어섰다.
13000원. 에피타이저에 내가 좋아하는 풀이 나온다. 저 풀의 이름을 너무 알고 싶다. 스테이크를 시켰지만 삼겹살이 나왔다. 안 그래도 먹고 싶었는데.. 고기를 잘라 풀과 같이 먹었다. 쌈장과 마늘은 어디에 있는가..
뚜벅뚜벅 걸어서 다시 숙소로 갔다. 숙소에 가니 호스트가 반겨준다. 호스트는 내일 일정이 뭐냐며 묻는다. 근처에 좋은 곳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하니 휴대폰을 보여준다.
그래 내가 예전에 봤던 곳이다. 내일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노트북에서 나오는 드라마를 보며 맥주와 함께 잠이 들었다.
*바리 여행 팁
역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붙어 있기 때문에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다.
물가는 로마보다 저렴한 편. 물 하나에 50센트도 하지 않는다.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로 크진 않지만 대부분 근교 여행을 하므로 움직이는 일정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