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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Oct 01. 2016

<아수라> 지옥 속에서 파멸하는 악인들

<아수라> 리뷰

스포가 있으니 스포를 보고 싶지 않으신 분은 뒤로 돌려주세용~


<아수라>를 보았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봤는데 어두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치도록 사람을 압박한다. 황정민의 악마같은 연기와 주지훈이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 이미 덫에 걸려 더러운 일을 하는 정우성, 협박과 지위를 이용해서 폭력을 행하는 곽도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악마들이 물고 뜯는 영화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도경(정우성)은 형사이자 시장인 박성배(황정민)의 더러운 일을 봐주는 하수인이다. 그가 박성배에게 충성을 하는 이유는 그의 아내가 불치병에 걸렸고 그녀의 병원비를 내기 위해서 박성배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은 박성배가 감옥에 갈 재판을 앞두고 한도경이 자신의 끄나풀인 일명 작대기를 시켜서 주요한 증인을 죽여 버린다. 그런데 그 현장을 본 한도경의 상사였던 반장이 한도경이 박성배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알고 돈을 나누어 달라고 실랑이를 버린다. 한도경의 후임 동생이었던 문선모(주지훈)는 도망가는 작대기를 잡으려고 달려가고 이러면서 일이 꼬인다. 반장과 몸싸움까지 하게 된 한도경은 실수로 반장을 죽여버린다. 그로 인해서 일은 복잡하게 되어진다. 여하튼 작대기는 감옥에 가게 되고 한도경과 문선모는 일을 덮고 반장을 죽인 죄를 작대기에게 덮어 씌운다. 그리하여 박성배는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 그에 분노한 검찰은 박성배를 다시 법정에 세우기로 마음을 먹고 검사 김차인 (곽도원)을 시켜서 박성배를 잡아오라고 한다.


박성배는 더 높고 권력을 가지기 위해 재개발을 외치며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 그의 자금줄이자 조폭인 태평조와 함께 재개발을 추진하려고 한다. 원래 한도경은 경찰직을 그만 두고 박성배의 수행비서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반장을 죽인 사건에 대해서 조사도 받고 그래서 경찰에 머무르게 되고 대신 자신의 동생같은 후배 문선모를 박성배의 수행비서로 들여 보낸다. 김차인은 한도경이 박성배의 수하인 것을 알고 그를 잡아서 이중 첩자가 되기를 바란다. 한도경은 그것을 계속 거부하지만 예전에 성매매 업소를 갔던 동영상을 아내에게 보낸다는 김차인의 협박에 못이겨 박성배의 자백을 잡으려고 박성배에게로 향한다. 재개발 시사회가 열릴 때 박성배는 쇼를 만들었는데 조폭인 태평조가 그 시사회에 와서 깽판을 치면 자신이 그것을 막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연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태평조는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는 것이 싫기도 하고 이제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깽판을 치지 않고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때 한도경이 그에게 시비를 걸어서 아수라장이 되고 박성배는 언론에서 호평을 듣게 된다. 태평조와 박성배는 이제 서로 이익이 뒤틀려서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리하여 박성배는 자신의 사격장에 태팽조를 부른다. 태평조와 박성배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태평조가 돌아가려고 하자 문선모가 차로 태평조를 여러번 밟아 태평조를 죽여 버린다. 이때부터 문선모는 박성배의 신임을 받게 되고 한도경은 점점 찍히게 된다.


원래 태평조가 박성배의 자금줄이었지만 자금이 없어진 박성배는 마약을 밀매하려고 한다. 그런데 검사의 지시를 받은 한도경이 그곳에서 깽판을 친다. 그곳에서 마약을 운반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마약을 가지고 튀지만 한도경은 그들을 계속 추격해서 그들을 도로에서 밀어내고 그들은 사고가 난다. 그리하여 마약은 불타게 된다. 검찰은 이 사건을 통해서 박성배를 집어 넣으려고 하지만 박성배는 자신의 심복인 은실장에게 죄를 덮어 씌우고 문선모는 은실장을 자살로 위장해서 죽여버린다. 아내가 죽어가자 한도경은 괴로움에 빠진다. 이때 김차인은 또 한도경을 압박한다. 한도경은 더 이상 이런 일은 못하겠다고 하지만 한도경이 반장을 죽였던 CCTV영상을 보여주면서 한도경은 다시 검찰의 개가 되어 버린다. 한편, 박성배는 은실장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연극한다. 한도경은 박성배를 만나서 검찰이 준 녹음기를 들고 들어간다. 둘이 대치하고 육개장을 먹으면서 한도경은 자신이 지금 검찰의 개노릇을 하고 있고 그동안 자신을 뒤에서 조종하던 김차인과 박성배를 대면시킨다. 둘이 대면하는 사이에 박성배의 명령을 받은 문선모는 한도경을 죽이려고 하지만 도리어 한도경의 총에 맞아 사망을 하게 된다. 그의 시체를 끌고 그는 박성배에게 간다. 박성배와 김차인은 서로 기싸움을 하면서 김차인은 박성배가 범죄를 시인하는 것을 녹음한다. 승기에 찬 김차인이 문을 나서자 외국인 노동자 킬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김차인의 부하들을 죽여 버린다. 박성배는 김차인을 죽이려고 하지만 김차인은 빌면서 자신이 박성배의 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박성배는 김차인의 결의를 받아야 겠다고 살아남은 김차인의 여성부하를 칼로 찌르라고 한다. 김차인이 그녀를 죽이려고 하자 한도경이 나타나 외국인 노동자들과 김차인을 총으로 쏜다. 그러나 박성배의 총에 한도경이 쓰러진다. 박성배는 광기를 보이며, 도망친 김차인의 여성 부하를 죽여 버리고 살려달라는 김차인도 죽여 버린다. 마지막에 한도경을 죽이려고 하지만 한 발 남은 총으로 한도경은 박성배를 쏘고 모두가 죽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얼굴의 상처가 점점 많아질수록 분노의 악인이된 한도경 '아이 띱발!'


솔직히 정우성의 연기는 많이 오그라들었다. 계속 '이런 띱발, 이런 띱발'을 외치면서 너무 욕이 어색했다. 여하튼 캐릭터를 바라보면 그는 전통적인 느와르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미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악인의 행태를 보인다. 박성배의 하수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저질렀던 죄 때문에 김차인의 하수인이 되기도 한다. 계속 그가 '이런 띱발'을 외치는 이유는 그가 사는 인생이 정말 최악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의 병원비를 내기 위해서 죄악을 저질렀지만 그의 의도가 병원비라고 해서 그의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한도경의 얼굴에 상처가 하나씩 늘어난다. 반장한테 맞고, 박성배에게 담배빵을 당하기도 하고 권투글러브를 낀 검찰의 도창학(장만식)에게 맞는다. 잠깐 여담이지만 장만식이라는 배우는 영화 <베테랑>에서도 글러브를 끼고 폭행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여하튼, 한도경은 성매매 업소에 갔을 때의 색욕의 죄와 돈을 벌기 위한 탐욕의 죄로 인해서 도망갈 수 없는 죄로 빠져든다. 그의 지옥은 이러했다. 아내의 수술비를 대기 위해서 박성배에게 돈을 받으며 더러운 일을 한다. 더러운 일을 하다가 성매매도 하고 살인도 하게 되어 검찰에게 협박을 당하기 까지 한다. 즉, 한도경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의 얼굴에 상처가 많아질수록 그의 내부에는 분노로 변하게 된다. 그의 얼굴의 상처는 자신의 죄로 지옥 속에서 고통받은 인간의 얼굴이다. 그에게 있어서 그 지옥을 끝내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였다. 그것은 지옥을 만드는 인물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한도경이 승리한 것은 그가 만들어 놓은 무대에서 모든 악인들이 몰락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그는 지옥 속에 살았던 하수인이었지만 마지막에는 모든 악에게 종말을 거하는 악으로 거듭난 인물이다.



괴물이 되어버린 문선모


문선모는 한도경을 따르는 순수한 경찰이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에는 악마이자 괴물이 되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나는 그를 보면서 세익스피어가 썼던 <맥베스>가 생각났다. 스코트랜드의 장군이었던 멕베스는 용맹했고 마녀들에게 자신이 왕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왕위를 찬탈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찌질했다. 왕을 죽이려고 할 때도 고민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당금질을 했던 것은 바로 레이디 맥베스였다. 레이디 맥배스는 맥배스를 자극하면서 맥배스 안에 있던 광기를 조금씩 자극하면서 나중에 맥배스는 레이디 맥배스를 뛰어넘는 악인이 되어 버린다. 문선모는 바로 맥배스와 비슷한 인물이다. 그는 순수한 인간이었지만 박성배를 위해 태평조를 차로 뭉개 죽여 버리고, 은실장을 자살로 위장해 죽여버린다. 문선모가 보여주는 인간상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악인되기란 참 쉽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 속에 광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다만, 사회에서 법으로 그것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광기의 선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의 광기라는 것은 마치 가속도와도 같은 것이어서 한 번 선을 넘으면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 처음부터 악인이었던 한도경보다 더 악랄한 괴물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괴물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 괴물에게도 한도경과의 추억이 있었는지 한도경을 총으로 쏘려는데 머뭇거린다. 한도경이 몸싸움을 하다가 문선모를 죽여버린 것은 아마도 더이상 순수한 문선모를 구원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의 권력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김차인


<아수라>는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박성배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검찰 권력을 악마로 만들었다. 김차인의 경우 검찰의 하수인이지만 <아수라>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곽도원이 연기한 김차인이라는 인물이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의 배경을 조금 찾아보면 그는 지방대 출신의 검사이다. 즉, 생각을 해보자면 서울대 출신들로 꽉찬 법조계에서 그는 힘이 없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그는 한도경의 약점을 잡고 한도경을 협박하며 조종하는 인물이다. 그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법의 세계에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군주가 군주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행운과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자질이라는 것은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군대를 말한다. 그러니까 현대 사회로 생각해보면 대통령의 합법적인 무력은 경찰과 검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그는 사회에서 그가 합법적인 악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그의 지위로 한도경을 누른다. 하지만, 마지막 장례식장에서 그는 무력한 악인으로 전락해 버린다. 왜냐하면 그 지옥 속에서 그가 합법적으로 휘드르던 그의 권력은 박성배의 죽음의 파티 속에서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의 악은 사회의 통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서는 힘이 없어진다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박성배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자신의 부하 직원을 죽이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사회적인 직업의 이름으로 악을 행하는 자였다.



하늘의 태양을 탐했던 자... 박성배


박성배는 <아수라>의 최고의 악이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어둠의 길을 택했던 사람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선하고 일 잘하는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모든 사람들을 짓밟은 인물이다. 그는 한도경, 조폭 태평조, 문선모, 김차인을 가지고 놀았다. 그는 죄악 중에 교만의 죄를 보여준다. 그는 시장의 자리를 가진 인물이다. 시장이라는 인물은 사회를 위해서 자신의 권력을 써야 하는 인물이다. 그것이 바로 바른 사회이다. 하지만 그는 그의 권력으로 자신을 치켜 세우는 일을 해버린다. 그는 자신의 권력으로 자신을 내세울 뿐이다. 그리하여 그는 세상에서 더 많은 권력을 가지려고 한다. 그는 자신 밖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다. 자신 외에 모든 사람들은 일종에 도구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도 지옥 속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가 이용하고 버릴려고 했던 한도경이 그를 죽였기 때문이다. 그의 죄악은 교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오만함 때문에 파멸하고 말았다. 한도경의 총알이 완전히 없어진지도 모르고 자신이 이겼다고 날뛰면서 한도경을 죽이려고 했을 때 남은 한 발의 총알에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그의 죄악의 이름으로 흥했고 파멸했다.


<아수라>라는 영화는 줄거리부터 매우 암울하다. 이 영화가 내용이 부족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으로 볼만하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바로 악인들이 어떤 것을 사용해서 악을 행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아마 감독은 정치권력과 사법계를 모두 악으로 풍자한 것 같다. 자신의 야욕을 가진 정치인과 합법적 폭력을 허가받은 법조인들 그리고 그 밑에서 일하는 하수인들의 삶을 통해서 이 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내용이 단조롭고, 한도경이라는 인물의 심리묘사가 미흡했고, 김차인이 어떤 악을 행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걸작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악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영화이긴 하다. 나름 괜찮다. 황정민과 곽도원 주지훈은 진짜 연기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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