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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Oct 17. 2016

셰익스피어가 사랑한 비극2 : 오셀로

사회 속에서 고립 되어 가는 한 흑형의 이야기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오셀로>는 유일하게 무어인 즉 흑인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오셀로>의 영문 작품 이름은 'The tregedy of Othello, the Moor of Venice'이다. 이 비극의 제목은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베니스의 흑인, 오셀로의 비극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목을 해야하는 것은 바로 베니스라는 공간 속에서 오셀로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먼재 해보아야 한다. 베니스라는 곳은 바다의 도시이며 당연히 바다가 중심이라면 상업과 무역이 발달한 곳이다. 즉, 베니스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셀로>의 비극을 볼 때 햄릿이나 리어왕이나 맥베스나 왕족이거나 장군이었던 사람이 인간적인 결점을 가지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지만 오셀로는 베니스를 지키는 용병이었을 뿐이다. 만약에 베니스를 제외하고 오셀로를 바라본다면 나머지 비극들에 비해 그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베니스라는 사회와 흑인이라는 한 개인의 갈등으로 본다면 이것은 다시 그 무게감이 올라간다. 자신의 이익을 원하는 세상 속에서 진실되고 우직하고 처세술이 부족한 오셀로가 세상에 파멸해 나가는 그 모습이 <오셀로>라는 비극의 백미일 것이다.


순진한 용병 오셀로의 사랑


'지금까지 아홉달을 제외하고는 전쟁터에서 이 두 팔로 싸우면서 살아왔으니까요. 전 전쟁이나 전투와 관련된 것 외에는 이 드넓은 세상에 대해서 잘 모습니다.' (팽귄북스, 오셀로, P34)


극을 읽다보면 오셀로는 전문 싸움꾼으로 나온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군인으로 살아왔다. 그러면서 지금은 베니스를 지키는 용병이 되어 있다. 여기서 깔고 가는 것은 오셀로가 전쟁터에서는 영웅이고 멋진 용병이지만 전쟁터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그는 배우지도 못했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남자이다. 하지만 평화시에 오셀로는 바보일 따름이다. 용병의 존재 의미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 빛을 발하지만 평화시에 오셀로는 그냥 어리숙하고 순진한 인물이다. 자신의 손익계산이 빠르고 땡전 한 푼도 아끼는 베니스 사회와 순수한 오셀로 사이에는 거리가 느껴져 보인다. 그는 자신을 고용한 공작 밑에서 일을 하니 다양한 귀족들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귀족의 딸인 데스데모나를 만나게 된다. 그가 데스데모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어깨 아래에 머리가 달린 사람들 이야기를 할 때, 데스데모나는 진지하게 몸을 기울여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러나 집안일 때문에 그녀는 자주 자리를 더야 했는데, 최대한 서둘러서 일을 처리해 놓고 돌아와서 제 이야기를  삼키려는 듯 열심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 사실을 눈치채고서 저는 좋은 기회를 찾아, 한번 시간을 내었습니다. 그녀는 제 여행담 모두 자세히 듣고 싶어 했습니다. 토막토막 듣느라 전부 이어서 듣지는 못한 까닭이지요. 저도 좋다고 했습니다. (중략) (오셀로, 팽귄북스 p37)


오셀로는 자신의 무용담을 잘 들어주는 데스데모나에게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남자라면 그녀의 이런 행동에 당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남자라는 존재는 여자가 관심을 가지고 그의 이야기를 칭찬해주면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오셀로가 그녀를 더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용병이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피가 난무하는 그곳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고 또한 흑인이라는 인종 때문에 그를 고용한 사람들은 그를 일종에 소모품이나 수단으로만 사용할 뿐이었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자신을 하나의 존재로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오셀로는 그녀와 결혼을 한다.



순진한 데스데모나 그러나 그녀에게는 허영심이라는 것이 있었다.


저의 솔직하고 과격한 결정과 운명의 폭풍으로 인해 제가 무어 장군을 사랑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게 온 세상에 알려질 것입니다. 제 마음은 장군님의 있는 그대로의 성품 그 자체에 매료되었습니다. 저는 오셀로 장군의 마음에서 그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명예와  용감한 기질에 제 영혼과 운명을 바쳤습니다. (오셀로, 펭귄북스 p42)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와 결혼을 한다. 결혼 문제로 귀족들과 문제를 빚지만 그때 터키군이 처들어와 오셀로는 전쟁터로 나가고 오셀로의 부하와 이아고가 데스데모나를 대리고 전쟁터로 간다. 그런데 폭풍이 쳐서 전쟁은 불발이 되고 폭풍 때문에 이아고와 데스데모나가 먼저 도착을 한다. 오셀로가 오기 직전 이아고는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의 부관 캐시오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계략을 짠다. 캐시오와 데스데모나의 만남으로 비극이 시작되고 오셀로에게 의심을 받던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에게 죽임을 당한다. 극을 보다보면 데스데모나는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로 나온다. 그 이유는 그녀가 귀족의 딸이며 세상을 잘 모르고 특히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폐쇄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녀가 오셀로에게 사랑에 빠진 이유는 그녀의 허영심 때문이다. 오셀로의 성품을 사랑하기도 했지만 오셀로의 명예와 전쟁터에서의 용감성에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녀의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가 오셀로를 오래 만난 것도 아니고 그의 무용담에 빠져서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을 보면 데스데모나가 순진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데스데모나가 사랑에 빠진 이유는 오셀로가 용감하고 멋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데스데모나의 사랑은 성급했다. 사람의 성품을 알고 그 존재를 알아가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일종에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에게 느낀 호감을 사랑으로 착각해서 비극이 생기게 된 것이다.



부인에 대한 왜곡된 소문으로 오셀로를 함정에 빠트린 이아고


오 고약하군! 난 지금까지 28년간 살면서, 이익과 손해를 구분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아는 자를 만나본적이 없소이다 (오셀로, 팽귄북스, p45)

난 무어 놈이 밉다. 내 이부자리 속에서 그놈이 내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문이 자자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난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의심스럽기만 해도 마치 확실한 것처럼 행동하거든. (오셀로, 팽귄북스 p49)


오셀로의 부하 이아고는 오셀로를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아내와 오셀로가 바람을 피웠다고 그가 의심을 하고 그것을 사실로 믿어버리고 질투하기 때문이다. 이아고라는 인물은 오셀로와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로 베니스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따지며 손해를 싫어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주 치밀한 인물이다. 캐시오의 부관 자리를 강탈하고 캐시오에게 데스데모나에게 호소를 하면 그녀가 도와줄 것이라고 조언한다. 캐시오는 데스데모나에게 자신을 복직시켜달라고 하고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귀찮게 하면서까지 캐시오의 복직을 부추긴다. 그 사이 이아고는 오셀로에게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바람을 피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심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준 손수건을 훔쳐 캐시오의 방에 떨어트리고 오셀로는 그 손수건을 보고 질투의 화신으로 변해버린다. 솔직히 이아고가 오셀로와 자신의 부인이 바람을 폈다는 소문을 가지고 믿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란, 사실이던 아니던 그 소리를 들으면 의심을 하게 되고 그 의심이 왜곡된 세상으로 사람을 몰아 넣는다. 어떻게 보면 이아고는 자신의 질투심을 오셀로에게 심는다. 오셀로의 머릿속에 일종에 인셉션을 가하는 것인데 이아고는 직접적으로 오셀로를 건드리지 않는다. 계속 심리적으로 암시를 걸면서 오셀로가 홀로 왜곡된 세상을 만들게 만든다. 이아고는 오셀로 속에 있는 흑인이라는 컴플랙스에서 시작해서, 백인 여자가 백인 남자를 좋아하겠지 흑인을 좋아하겠냐는 암시들을 계속 주입하고 종국에 오셀로를 파멸로 이끌어 나간다.


세상에 무너진 개인의 비극


부탁드리건대, 편지로 이 불행한 사건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죄를 경감하지도 말고, 악의로 헐뜯지도 말아주십시오. 다만, 지혜롭게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너무나도 많이 사랑한 사람이었다고 말해주시오. (오셀로 팽귄북스, p230)


인간을 무너트리는데 여자와 성적인 질투를 건드리는 것은 치명적이다. 결혼을 했는데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잠자리를 가졌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그것이 사실이고 거짓이고 간에 사람은 미치게 되 버린다. 오셀로가 그런 거짓에 혹했던 것은 이아고의 술수 때문이지만 본질적으로 들어가서 본다면 이아고는 단지 오셀로 안에 열등감을 부추겼을 뿐이다. 베니스라는 사회, 백인들의 사회 속에서 오셀로는 약자였고 인간으로 존중받기 보다는 자신의 무예와 명예로 존중받았던 인물이다. 그 당시 흑인의 위치에서 보았을 때, 백인 여자는 자신보다 사회적 위치가 높았고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오셀로 자신을 떠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오셀로의 비극은 사회에서 계속 오셀로를 배제시켰고 그 배제의 논리에 의해서 오셀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고 자존감이 낮았다. 그리하여 순진한 데스데모나를 목졸라 죽이게 되었던 것이다. 햄릿과 비교해 보았을 때, 오셀로는 너무 단순하고 우직하고 멍청했다. 그는 이아고로 대표되는 베니스라는 세계, 백인들의 세계, 합리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세상에 희생당하고 무너진 사람이었다. 그가 단지 흑인 용병이었지만 그는 명예롭고 인간적으로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 순수함으로 파멸된 사람이 바로 오셀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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